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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 한빛비즈, 2021.

햇살처럼-이명우 2023. 9. 9. 08:55

654.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 한빛비즈, 2021.

박태웅. 'IT계의 현인', 한빛 미디어 이사회 의장

머리말
제1부 선진국의 조건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신뢰 자본을 제대로 쓸 때다
  참된 선진국의 조건, 뉴런의 자유결합
  셰익스피어가 필요한 때

제2부 고장난 한국 사회
  물은 땅이 패인 모양을 따라 흐른다
    - 한국 사회의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
  AI시대의 교육
    - 한국 교육의 치명적인 3가지 결핍
  경로의 저주
    -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이 사람을 만든다
  3개의 질문
    - 코로나 시대의 재정정책

제3부 AI의 시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께
  In the age of AI
  AI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
    - 믿을 수 있는 인공지능을 향해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데이터 공개의 제1원칙
  컼퓨팅 사고능력의 시대
    -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문제는 생태계다
    -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쇠락의 원인들
  네트워크의 시대, 암호의 시대
  멈출 수 없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앞보다 뒤에 훨씬 많은 나라가 있는 상태, 베낄 선례가 점점 줄어들 때 선진국이 된다. '세상의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어떻게 토론을 하는데 2년이나 쓰나?' 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독일이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을 들여 낸 백서를, 화들짝 놀라서 교과서처럼 읽고 베낀게 4년 전이다. 독일은 2년이나 시간을 들였지만, 우리보다 4년이 빨랐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본 결과다.

  미국의 데이터法은 아예 포맷을 못박고 있다. 예를들어 백악관의 관리예산처(OMB:Officer of Management and Budget)는 반드시 하나의 통일된 데이터 형식, 즉 '스키마'를 유지관리하여 모든 연방보고서를 구조화할 것을 법령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데이터법 정보모델 스키마(DATA Act Information Model Schema : DAIMS)라고 불리는 이것은 쉽게 말해 정부 예산보고서를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하는 표준 포맷이다. 미 연방정부는 이 포맷을 공개해 다른 정부기관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한다. 정부가 공개하는 데이터는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machine readable)'는 원칙을 법으로 구현한 것이다.

  정부는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한다. 디지털 혁신의 캐치프레이즈도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이다. 한 해에만 558조가 넘는 돈을 쓰는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단일주체인 정부가 먼저 '데이터를 기반한' 정책을 펴는게 D.N.A가 성공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을 총괄하는 정부의 최고 CIO(최고 정보책임자), CDO(최고 데이터책임자)가 있으면 범부처 일들을 더욱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가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연방 CIO, CDO를 두고 있다.

  - 목표를 바꿔야 한다.

  경제발전의 어느 단계까지는 양적성장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볼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춘기의 어느 시점까지 키가 커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는 체중을 좀 불려놓아도 결국 그게 키로 가는 때다. 그런데 서른살이 넘어서도 아침저녁으로 키를 재고 있다면 어떨까?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나에게 맞는 지표가 필요하다. 더 이상 키자 자라지 않는 어른이 되면 허리둘레를 재고, 혈당과 고혈압을 재고, 최대산소섭취능력(VO2max)를 재는 게 맞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중진국에서는 이제 선진국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면 GDP하나만 재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볼륨이 일순위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건강을 재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가장 훌륭한 척도는 그 사회의 중산층 비중이다. 허리가 튼튼한 사회가 늘 가장 건강했다. 국정의 최고 지표로서도 아주 훌륭하다. 이 목표를 향해 다른 정책들을 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살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201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를 계산하는 자살율을 26.9명. OECD국가 중 1위다. 그런데 이것은 반쪽만 말한 것이다 평균은 26.9명이지만, 70대가 되면 46.2로 오르고, 80세 이상이 되면 무려 67.4명으로 치솟는다. 한국은 자살율이 아니라 '노인' 자살율이 최고인 나라다. 노인이 되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더 이상 살길이 없어 스스로 죽는다는 것이다. 이런 각박한 판에 무슨 용기로 애를 낳겠는가? 장기적인 해법은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 서민이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인의 문해능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가깝다. 청취력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상대의 얘기를 제대로 경청한 뒤 토론하고 합의안을 찾는 것, 타협하는 법이 우리의 (입시)교육에는 빠져있다.
  도덕적 개인은 가르치되, 합리적인 시민은 가르치지 않는 것, 신독(愼獨)하되 협업하지 않는 것, 현대 한국사회 공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공교육을 대학까지 다 마쳐도 계약서 한 장을 제대로 못쓰고, 취업을 위해 애쓰지만 노동법은 읽어본 적도 없고, 딜은 영화에서나 본적이 있는 교육은 명백히 고장이 나있다. 사람과 사람이 뉴런처럼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의 사회에서 이런 결점은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도끼를 치우고, 상소문을 던져버리고, 초연결사회를 사는 현대시민의 옷을 입어야 한다. 상대의 말을 깊이 경청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안을 마련해 손을 맞잡는 경험을 어릴적부터 가르쳐야 한다.

  선진국이 되기까지 지독하게 달려왔다. 바람처럼 내달린 몸이 뒤쫒아오는 영혼을 기다려줄 때다. 해결해야 할 '문화지체'들이 언덕을 이루고 있다.
  무턱대고 '어떻게 할까(How)'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 '왜'를 물어야 한다. 언제는 문제는 정의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숫자가 말을 할 수 있을 때 사람이 말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돈을 썼으면 결과를 보고해야한다. 국가 CIO, CDO는 이를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지표를 바꿔야 한다. 서른이 넘었으면 키 재는 건 이재 그만!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가 선진국이다.
  합리적인 시민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한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과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시민이 대한민국을 가장 살기좋은 선진국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2022.4.9.토요일 아침

  예컨대 많은 박사들과 고급 연구원들은 지금도 연구를 하는 대신에 영수증에 풀칠을 하느라 숱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수증을 풀로 붙이고, 연구기관 포맷에 맞게 정산서 작성하고, 중간 진도보고서를 또 작성하고......하다보면 연구기관에 소속된 행정직원인지 연구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시아 시대는 K팝처럼 온다>를 쓴 작가 정호재씨는 JYP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그 유명한 미나, 사나, 모모가 한국에 이미 2013년도 무렵에 건너왔다는 게 대단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녀들의 부모님과 아이들이 한국의 시스템을 크게 신뢰했다는 얘기다.

  일본의 층층이 얽힌 이해관계의 연쇄사슬에 얽혀 TV프로그램을 90년대풍으로 물들이고, 인감도장을 자동으로 찍어주는 로봇이나 만드는 동안, 한국의 구매력 평가지수 환산 1인당 GDP는 일본을 추월했다. 한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10위는 반도체 둘, 전기차 배터리 둘, 바이오 둘, 인터넷 서비스회사 둘, 자동차 둘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10위 안에는 반도체도, 전기차 배터리도, 바이오도 없다. 도요다, NTT, 니혼텐키, 페스트 리테일링, 미쯔비시 UFJ파이낸셜그룹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소니, 키엔스 정도가 그나마 위안이 될까?

  '번역문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형적인 영어 번역체다. 괴이하게 어려운 한자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도 고쳐야 할 병통이다. 한자를 쓰다 느닷없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느라 한글로 된 말로 고쳐쓸 시간을 갖지 못한 탓이다. 예를들어 구제역(口蹄疫)은 영어로 foot-and-mouth disease '발과입병'이다. 한자로도 입구(口), 발굽제(蹄), 입과 발굽이다. 소와 돼지 등 가축전염병이다. 사슴, 염소, 양과 같이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가축들에게 전염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입발굽병이라고 썼으면 누구나 알아들을 말을, 공연히 구제역이라고 쓴 탓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자를 보지않으면 알 길이 없게 됐다. 미국에선 foot-and-mouth disease라 어린이들도 쉽게 알아듣는 말이다. 4.12.화.아침.

  검찰용어 가운데 우리도 잘 모르는 일본식 한자가 참 많다. '신병을 확보했다' '신병'의 병자가 무엇인지 아나? 사람을 짐승처럼 끌고 다닐 때 쓰는 도구가 병(柄)이다. 전봉준을 서울로 압송할 때 머리에 씌운 도구가 병(柄)이라는 거다. 이런 표현 모르고 써도 되나?

  문법은 사후적 정리다.

제2부 고장난 한국 사회
  물은 땅이 패인 모양을 따라 흐른다-한국 사회의 고장난 인센티브 시스템    
  - 많이 떼먹을수록 상을 준다.
  2011년~2013년 경제사범 재판 통계 1천3백여건의 재판에서 범행액수가 300억원이 넘었던 11명은 전원 집행유예, 모두 풀려났다. 직위에 따라서 따져보면, 총수나 경영자, 최고위층은 70% 넘게 집행유예. 직위가 낮을수록 이 비율도 낮아졌다. 그러니까 직위가 낮을수록 더 많이 실형을 살았다는 얘기다.
  이런 인센티브 시스템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떼어먹으려면 최소한 3백억원 이샹은 해야하고, 직위도 높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 250억원쯤 떼어먹었다 걸린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나. 50억만 더 챙기지. 미련하게시리.

  - 사람을 죽이는 편이 더 싸다. 산업안전보건법.
  고용부가 2013년~ 2017년 산재사망, 상해사건의 형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인 피고인 2,932명 중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86명(2.93%), 전체의 3%가 안된다. 절대다수가 집행유예(981명, 33.46%)가 아니면 벌금형(1,679명, 57.26%)이었다. 벌금형의 경우 평균액은 자연인은 420만원, 법인 448만원에 그쳤다.
  호주는 노동자 사망시 고용주에게 최대 징역 25년형, 법인에게는 최대 60억원의 벌금을 받는다. 영국의 경우 원,하청 구분없이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 범죄책임을 묻는 '기업 살인법'을 갖고 있다. 매출의 2.5~10%가 기본 벌금이고, 위반정도가 심하면 아예 '상한없는 징벌적 벌금'을 물린다. 국적과 무관하게 영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법인과 기업에 적용한다.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 신호수를 두는 것, 하청으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것, 모두 돈이 드는 일이다. 한국 사회는 그렇게 투자하는 대신, 사고가 났을 때 448만원으로 떼울 수 있게 해준다. 누가 더 많는 돈을 쓰려고 하겠는가. 이 시스템은 명백히 그냥 싸게 사람을 죽이라는 지령을 내린다. 2022.4.13.화요일,아침.

  한국의 노인들은 스스로 죽는다. 80대 이상의 노인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67.4명으로 압도적 세계1위다.
  한국의 GDP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12.2%로, OECD 평균 20.0% 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2019년 기준)로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터키, 칠레, 멕시코 세나라 뿐이다.
  이런 구조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뭘까? 각자도생해라, 늙어서 일을 못하게 되면 스스로 죽을 일 밖에 없다. 너의 적성이 무엇이든, 꿈과 희망이 무엇이든 간에 어떻게든 노후를 보장해주는 공무원 시험을 쳐라. 도전을 하다 실패하면 비참한 노후밖에 남지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 노조들이 강성이고 이기적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미생의 명대사는 그 이유를 알려준다.

  2008년 뇌와 체육의 관계를 밝혀낸 책 '운동화 신은 뇌를 써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존 레이티(John Ratey)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온 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을 좁은 교실에 가둬놓고 몇 시간씩 움직이지 말고 공부하라는 건 뇌를 죽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레이티 교수는 '운동이 학생들의 뇌를 활성화 해 공부를 더 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네이퍼 필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 전에 운동을 시켰더니 2005~2011년 학생들의 수학성적이 1년만에 평균 19.1점 올랐다. 같은 기간 운동하지 않은 학생들은 9.9점 올랐다. 이후 '0교시 운동'은 인근 학교들로 퍼져 나갔다. 펜실베니아주 평균성적에 못 미쳤던 타이터스빌 학군 학생들도 체육수업을 강화하자, 학력평가에서 읽기는 평균보다 17%, 수학은 18%씩 높게 나왔다.
  그 외에소 30분간 실내 자전거를 약간 숨찰 정도로 달린 후 두뇌 4곳과 해마활동을 비교했더니 두뇌 활동도가 2.5배 높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졌다거나, 매일 1시간씩 5주간 수영한 쥐는 치매유발물질(베타아밀로이드)을 주입해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는 등 뇌와 신체가 연동한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실질 문맹율'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실질 문맹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는 지난 2013년 세계 22개국에서 15만명 이상을 방문면접 조사해 이런 놀라운 결과를 뽑아냈다. 특이한 것은 다른 나라들은 30-35세에 가장 높은 독해력을 나타낸 다음 서서히 떨어지는데, 한국은 2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뒤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격히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OECD의 연구담당자는 "책을 읽지 않은 채로 나이가 들면 독해력이 크게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어릴 적에 변화구를 익힌 결과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강속구를 던질 수 없게 된 야구의 경우와 흡사하다. 한국의 국어교육은 '실질 문맹율'이라는 근거를 가질 수 있다. '어릴 적에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하자'

  어려서부터 변화구를 가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익혀야 할 것은 변화구가 아니라 기본적 운동능력이다. 좋은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선 야구뿐만 아니라 육상, 수영, 배드민턴, 요가와 같은 다양한 종목으로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컴퓨팅적 사고력과 책읽는 습관, 정성껏 듣고, 주의깊게 관찰하고 커뮤니케이션 잘하지, 뇌가 자랄 수 있도록 마음껏 뛰어놀고 평생 즐길 하나의 운동 갖게 하기, 이것이 참된 AI교육이 될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젊긴 했지만 그 이론적 깊이로 당시에 매우 존경받던 신학자였다. 그는 95개조 반박문을 교회문에 내 걸었다. 이 반박문은 그 때쯤 나타나 있던 구텐베스크의 인쇄기 덕분에 14일만에 유럽의 독일어권 전역에 퍼졌다.
  루터는 그 뒤 10개월 동안 틀어박혀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다. 그가 선택한 독일어는 궁중이나 성 안에서 쓰는 언어가 아니라 백성들의 일반어였다. 성서는 다음 해인 1522년 9월에 출판되었고, 이 성경과 함께 경로 독점이 무너졌다. 누구나 직접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들이 읽은 성서 어디에도 '면죄부'는 없었다.

  바꾼 물길을 찾아 떠나자→물길을 바꾸자.

<독일 정치교육>
  '보이텔스 바흐 협약'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정치교육 3원칙' 합의
  - 강제적인 교화(敎化)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학생의 자율적인 판단을 중시하며
  - 논쟁적인 주제는 다양한 입장과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고
  - 학생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시민적 역량을 기르도록 돕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의 시민사회가 내놓은 해결책은 '성숙한 시민'이었다. 즉,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갖추는 것 못지않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시민의 역량도 중요하다"라는 것이었다. 독일에선 초등학교 5학년때무터 고교 졸업때까지 정치교육을 한다.

정치의 본질
정치는 '한 사회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지 결정하는 일'이다.

정의(定義, definition)가 필요합니다.
'왜'와 '무엇'이 없는데 '어떻게'만 튀어 나오는 일 (2022.4.19.아침)

  "기존의 질서를 깨트리거나 심하게 변형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을 때 사회는 어떠허게 그 기술과 화해를 할 수 있느냐. 법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해답은 어디에 있고, 그 해답을 찾는 사회적 논의구조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느냐. 기존의 이해관계가 부를 불가피한 저항은 어떻게 해소해 나갈 수 있느냐"

  페이스북 감정조작 실험 : 페이스북 코어 데이타 과학팀 소속 연구원 아담 크레이머는 캘리포니아 대학와 코넬 공대 소속 연구원 2명과 함께 2012년 1월 사회관계망 서비스 SNS에서 감정전이 현상이 일어나는지 실험했다. 실험군과 비교군으로 나누고 실험군 68만9,003명의 뉴스피드를 조작하자 감정전이 현상이 일어났다. 긍정적인 게시물이 줄어들면 사용자는 긍정적인 표현을 줄이고, 부정적인 게시물을 더 많이 올렸다. 반대로 뉴스피드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게시물이 주어들면 사용자는 긍정적인 게시물을 더 많이 올렸다. 단지 뉴스피드만 봐도 페이스불 사용자가 감정에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즉,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피드를 조종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었다. http://www.bloter.net/archives/197727  
2022.4.20.아침

  AI는 언젠가 인류의 생활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할 지 모른다. 그러나 1차 산업혁명기 생산성의 폭발적 상승이 인류에게 더 나은 생활을 보장해 주기까지 90년이 걸렸다. 자신의 생애가 그 90년에 속해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뒤의 보다 나은 생활이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케인즈는 '장기적 균형'이라는 언술의 허무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죽는다"

  GPU(Graphic Process Unit)는 컴퓨터 그래픽을 처리하는 장치다. 컴퓨터에서 보여주는 그림들은 흔히 '픽셀'이라고 불리는 점이 최소단위다. 정밀한 동영상들은 초당 픽셀을 최소 1억번 이상 그려내야 한다. 이런 픽셀을 그리기 위한 '반복계산'에 특화된 장치가 GPU이다.
  엔비디아라는 회사의 GPUv100은 5,120개의 CUDA core와 640개의 Tensor core, 합해서 5,760개의 코어를 가지고 있다. '코어'란 하나의 독립된 GPU를 병렬로 묶었다는 뜻이다. 역시 분산처리다. v100은 123테라플롭스 TFlops 연산을 한다.
  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번 실수를 더하고 곱한다는 뜻이니 v100은 1초에 125조번 실수 계산을 한다. 이런 GPU를 100대, 1,000대 병렬로 연결해 계산을 하는 게 현대의 AI다.

  인공지능 계산에서 전체 시간의 80%가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 쓰인다. 아무리 알고리즘이 훌륭하고, 컴퓨팅 파워가 막강해도 오염된 데이터를 넣으면 오염된 결과가 나온다.

  공정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도 남아있다. 인공지능으로 고양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학습을 시킨다고 해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다 인공지능으로 학습하는데 넣어선 안된다. 그 중 일부를 검증용으로 따로 빼놓아야 한다. 그래야 학습이 끝난 다음, 따로 빼둔 사진을 이용해서 진짜 인식을 제대로 하는 지 검증을 할 수 있다. 모든 사진을 학습하는 데 넣어버리면 당연히 미리 학습한 사진들에 대해선 인식을 잘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20만장의 사진이 있다면 그 중 14만장은 학습용으로 쓰고, 6만장을 학습결과에 대한 검증용으로 쓴다.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가장 유명한 포맷은 Schema.org다. 구글과 MS, 야후가 손잡과 2011년 시작했다. 표준용어와 메타데이터를 정하고 이것을 웹페이지 들이 함께 쓰게 함으로써 기계가 자동으로 웹페이지의 데이터를 처리하자는 시도다. 구글등은 구조화된 데이터용 테스터 도구 및 URL검사 도구를 제공한다. 우리도 이 포맷에 준해 우리 사정에 맞는 표준 용어와 메타 데이터들을 더하면 정부와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들을 거대한 공공 데이터셋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3년차 도산 굴레.
  의욕에 차 회사를 차리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첫번 째, 첫번 째 납품처를 따내면 이곳은 대개 '레퍼런스'가 된다.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첫번 째 케이스가 되니 마진없이 싸게 해주어야 하는 곳'이자,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것을 보여줘야 하므로 온갖 요구들을 거의 대가없이 들어줘야 하는 곳'이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첫번 째만 '레퍼런스'가 아니라는 데 있다. 계약하는 모든 곳이 레퍼런스의 지위를 요구한다. 갑마다 요구에 맞게 '커스트마이징'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거래처가 늘어나는 딱 그만큼 소프트웨어 종류가 늘어나게 된다. 무늬만 같을 뿐 실상을 다른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 번째 스텝이다.
  해마다 소프트웨어 버전을 높이고 거래처가 늘어나면 바야흐로 마지막 단계가 시작된다. R&D를 하는 대신, 늘어난 거래처마다 커스트마이징을 해주느라 몇 년간 날밤을 새온 창업때부터의 개발자들은 이제 완전히 지쳐버렸다. 수십개로 늘어난 버전은 더 이상 아무도 정확하게 관리하지 못한다. 거래처가 늘어나는 그 만큼 커스팅마이징 요구도 늘어나므로 개발자 수는 뽑아도 뽑아도 모자란다.
  이 때 쯤 창업 때부터의 개발자들이 떠나고, 새로 들어온 개발자는 '이전 제품의 코드가 워낙 꼬여있으니 아예 새로 개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뒤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새 버전의 출시는 대개 하염없이 지연되거나, 혹은 출시를 한 다음 한 없는 버그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완전히 진이 빠진 채 빚더미에 묻힌 창업자는 결국 폐업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진이 빠지는 것은 창업자 뿐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탈을 쓴 SI 하청회사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황금기를 밑도끝도 없는 야근으로 지새운 청년은 이윽고 학교 후배에게, 친척 도앵들에게 '절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하지말 것'과 '의대를 가든가 공무원이 될 것'을 저주처럼 들려주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10년 뒤 변호사와 성형외과 의사만 있는 나라가 된다고 해서 이 젊은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2022.4.22.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