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3. 철학의 위안(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드 보통, 청미래, 2012.
차례
1. 인기없는 존재들을 위하여
2. 가난한 존재들을 위하여
3. 좌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4. 부적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5. 상심한 존재들을 위하여
6.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하여
소크라테스는 인간 존재란 살다보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도 있기 때문에 간혹 자신의 관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레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진실과 인기 없는 것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바꾸는데에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 더 덧붙였다. 곧, 우리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어떤 반대에 봉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것을 오류라고 확신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내세운 이유들이 얼마나 훌륭한가 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기가 없는 현상 그 자체에 관심의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인기를 잃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에 주목해야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 대부분으로부터 자신이 그릇된 존재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무척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논법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부여할 지 결정하는 요소는 그런 의견이 나오게 된 사고방식의 건전성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이와는 정반대의 경향에 의해서 괴로워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다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말이나 빈정거리는 의견이라도 들으면 금방 당황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위안이 되는 질문을 던지는데에 실패하고 만다.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이런 혹평을 할까? 우리는 진솔하고, 치열하게 사고하는 비평가의 반대와 그저 염세와 질투심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비평가의 반대를 똑같은 비중으로 취급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비평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을 살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간파했듯이, 그런 사고는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위장한다 해도, 그 뿌리가 심하게 뒤틀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일시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혀서 서투르게 결론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고, 자신의 육감을 고상하게 꾸미기 위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술에 취한 아마추어 도공들 처럼 자신의 사고를 마구잡이로 형성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도자기 굽는 기술과 달리, 사고의 산물들 중에서 훌륭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려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마음 먹은대로 현실을 자유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과, 변화 불가능한 현실을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세네카>
은퇴 이후 그것(독서)이 나를 위로한다. 독서는 괴롭기 짝이없는 게으름의 짓누름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준다. 그리고 언제라도 지루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통증이 엄습할 때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그 날카로운 예봉을 무디게 만든다. 침울한 생각으로부터 해방되려면, 그냥 책에 의지하기만 해도 된다. <<수상록3, 몽테뉴>>
학문은 우리에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것은 불만이나 원통한 마음을 품지않고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수상록3>>
몽테뉴는 편견의 국경을 뛰어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로 자신의 서재를 채웠다. 역사서도 있었고, 여행기, 선장이나 선교사의 보고서, 다른 나라 문학 서적, 그리고 이상야릇한 복장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을 먹고 있는 종족들이 그려진 그림책들도 있었다. 이런 책들을 섭렵하여 몽테뉴는 주위에서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던 자신의 속성들에 대한 정통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2022.12. 31.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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