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저렴하기만 하다면, 싸기만 하다면 내 생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드문 현상이다.
현장의 안전관리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이야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내 직원을 뽑으면 돈이 많이 드니까, 그저 저렴하게 법적 제제를 면하기 위해 싸게, 더 싸게 위탁기관에 맡긴다. 내 자신의 안전을 국가가 회사가 지켜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산업재해예방의 외침은 그냥 공염불이 되고 만다.
부당함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려고 목소리를 내는 현장에 힘을 보태는 행동에는 주저한다. 현장에서 피킷들고 행동하는 목소리는 모두 주사파 공산주의나 하는 것이라며 외면한다. 그러는 사이 나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하는 각자도생의 방법 밖에는 도리가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도 국가는 없었다. 회사를 위해 작업을 하다 사람이 죽어도 회사는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은 내 생명, 내 안전을 지키는 일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안전불감증? 개나 주라고 해라. 내가 노무를 제공하는 범위에서 회사는 나를 보호해야 하고, 내가 세금내는 만큼 국가는 나를 지켜주어야 한다. 범죄로 부터, 전쟁으로 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러 가서 작업하는 동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귀책사유는 사업주의 고의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산재희생자는 무조건 회사에 배상을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맞다. 그러나 40여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한 결과 획기적으로 안전해지지 않았다. 관주도로 실시한 안전관리의 결과다.
영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안전정책을 면밀하게 연구한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처럼 하면 반드시 실패하니까 그렇게 하지않기 위해 배우려고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전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입니다"라는 표어라고 한다. 안전을 권리라고 국가에서 이야기 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며, 국가주도의 안전관리를 비판한다.
내 목숨을 국가더러 지켜달라고, 그것이 권리라고?
이 표어를 영어로 번역하여 안전교육 자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2023.12.2.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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