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칼의 노래1,2(全2권)
김훈. 생각의 나무. 2001
소문만 무성하게 듣다가 두 권을 빌렸다. 한 숨에 몰아 읽으려 했는데 3일이나 걸려 읽었다. 역시 소문대로 김훈의 필체는 대단했다. 무인 이순신의 절제되고 준엄한 군영운영, 백성 사랑하는 마음, 임금에 대한 연민 등 읽는 내내 내 간장을 애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난중일기가 생명을 얻은바 같다. 다시...
1545년 을사년 3월 8일 이순신은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백록은 기묘사화에 연루되었고, 아버지 정은 벼슬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유년은 가난했고, 소년시절 외가 마을 충남 아산으로 주거를 옮겼다.
1576년(병자년) 공의 나이 서른둘에 식년무과에 급제하여 12월에 함경도 동구비보에 권관(종팔품)으로 부임, 최초 공직생활을 육군 초급장교로 국경을 수비하는 야전에서 시작되었다.
동구비보는 함경도 삼수(三水) 고을의 외곽 진지이다. ‘구비’는 물굽이, 산굽이의 구비이다. 보(堡)는 최 일선의 방어기지이다. 성을 쌓을 수 없는 곳에 진(鎭)을 설치하고, 진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 보를 두었다. 16세기 동북면의 보는 여진족과 대치하면서 국경을 방어했다.
함경도 국경에서 근무하던 초급장교 시절 이순신은 [함경도일기]라는 진중일기를 남겼고, 매일 매일 진중일기를 쓰는 그의 기록정신은 말년의 [난중일기]까지 이어진다.
1580년(경진년) 공의 나이 서른여섯. 전라도 고흥 발포진의 수군 만호(종팔품)에 부임. 최초로 수군 초급 지휘관이 되었다.
1592년(임진년) 공의 나이 마흔여덟, 4월13일 임진왜란 시작, 4월 14일 새벽 5시부터 적들은 부산포 상륙, 고니시 유키나가의 1진 1만3천, 가토 기요마사의 제2진 2만3천, 구로다의 3진 1만1천 등 제1선단 6만 여명의 병력이 부산에 상륙했다.
4월14일 부산함락, 15일에 동래성 함락, 17일에 기장, 양산, 18일에 언양이, 19일에는 김해가 무너졌다.
4월30일에 임금은 서울을 버리고 의주로 향했다.
5월2일 서울이 함락되었다.
5월4일 이순신은 전라좌수영 함대의 발진
5월7일 옥포해전 적선 26척 전멸,
5월8일 적진포 적선 11척 격파,
5월29일 거북선 첫 출정
7월 6일 한산대첩, 적선 89척 격침, 10척 나포
9월 1일부터 6차례 전투로 적선 150척 격침
계사년(1593년)부터 정유년(1597년) 공이 모함으로 2월26일 체포되기 전 까지, 나라로부터 군량지원도 없고, 반대파의 모함은 계속되었다. ‘군공을 날조해서 임금을 기만하고 가토의 머리를 잘라오라는 조정의 기동 출격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조정은 이순신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순신은 한 차례J 고문을 받고 4월1일에 출옥해서 백의종군을 시작했다.
7월16일 원균의 함대가 칠천량 전투에서 참패했다. 조선 전함 3백 척 이상이 깨어졌고, 삼도수군은 전멸되었다. 이때 군의 전쟁책임자는 권율장군이었다.
소설은 백의종군하여 권율의 도원수부에 당도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칠천량 전투의 폐허를 정찰하겠다고 허락받고 남해안을 정찰하던 중 8월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는 임명교서를 받는다.(7월23일자)
임금의 나약함에 가슴 쓰리고, 당파싸움의 소용돌이에 토악질이 날 것 같지만 죽지 못하고, 곽재우처럼 산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이순신의 미련함이 너무 맹목적이라 슬펐다.
“삶은 집중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분산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긴 하되, 삶은 그 전환 속에 있을 것이었다.”
진린의 명나라 수군함대 5백 척은 제 잇속만 챙기려고 지원은커녕 먹고 마시기만 하고, 드디어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어 왜군은 철수하는데, 이순신의 적은 누구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진린은 ‘전쟁이 끝났으니 왜군들은 저절로 물러갈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 고 한다.
숱한 모함과 죽을 고비, 희생된 부하장졸과 백성들의 흘린 피의 의미를 이순신은 온전히 마음으로 삼키며 자신의 죽음은 바다에서 맞을 거라는 예감한다.
무술년(1598) 11월19일 철수하는 적의 주력과 노량 앞바다에서 맞아 싸우다 전사한다.
‘군인은 전투에서 한 번 써먹기 위해 사육되는 돼지’라는 김진선 장군의 말처럼 장군 또한 정치의 한 도구에 불과했다는 느낌이 허무하다. 군율을 세우기 위해 휘둘러 허공을 가르던 장군의 칼날과 징징징 울음 우는 칼의 노래는 한 무인의 고뇌와 삶과 죽음이 서로 겹치면서 가슴 한 구석을 아리게 한다.
아 - 공(公)이여! 편히 잠드소서.
2004년 11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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