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14. 비움

햇살처럼-이명우 2006. 7. 14. 14:55
 

14. 비움

틱낫한, 중앙M&B, 2003

틱낫한 스님의 4번째 책이다.

스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언제나 Mindfulness이다. 이 책에서는 ‘마음다함’으로 번역되어진다. 그리고는 호흡 명상에 대한 강조, 걷기 명상...

  특히, 자비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하신다. 그 중 시 한 편을 옮겨본다.


  그대에게 바라노니


     약속해줘요.

     오늘 나에게 약속해줘요.

     지금 약속해줘요.

     태양이 머리 위에, 바로 저기에 있을 때

     나에게 약속해 주세요.


      그들이 당신을 산처럼 높은 증오와 폭력으로 내리쳐도

     마치 당신을 벌레처럼 취급하며 짓밟아 뭉개도

     당신의 팔을 자르고 내장을 꺼내도

     기억하세요, 형제여

     꼭 기억하세요.

     그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그대에게 가치 있는 것은 오직 자비 뿐

     정복할 수 없는, 무한의, 무조건적인 자비 뿐

     증오로는 결코 야수와 맞설 수 없습니다.


     어느 날, 그대가 야수와 홀로 맞서야 한다면

     그대의 용기와 고뇌를 모르는 그대의 선량한 눈으로

     (아무도 그대의 눈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대의 미소에서

     한 송이 꽃이 피리라.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지켜보는 이들

     죽음과 탄생의 영겁의 세계를 넘어서 


     홀로 다시 한 번

     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갑니다.

     사랑이 영원하다는 걸 압니다.

     멀고 거친 길 위에

     태양과 달이

     계속 비출 겁니다.


  신이 그대의 편에만 서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신은 편을 가르지 않습니다. 신는 자비롭고 포용하는 분입니다. 신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데 우리가 어떤 이만 소외시킬 수 있을까요? 신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모든 사람이 바로 신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름 이들을 배제시키고 평화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마세요. 그들과 함께 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폭력과 증오에 대한 해독제는 자비심입니다. 자비심이 아닌 다른 처방은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자비라는 해독제는 약국에서 팔지 않습니다. 그대 스스로 마음에서 자비라는 과즙을 짜내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의 터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어도 폭력의 씨앗이 어느새 자라 자비의 씨앗을 몰아낼지 모릅니다. 폭력의 씨앗은 테러리즘이라는 잡초로 자라날지도 모릅니다.


  의사는 병인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지 병에 걸린 사람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틴 루터킹 목사는 “그대는 폭력을 통해 그대를 증오하는 자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증오 그 자체는 결코 죽일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의사가 나를 죽이려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이상 환자는 의사에게 의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의지가 충천해 있는 의사라 해도 환자의 협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의사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자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환자와 얘기 할 수 있다면 희망은 얼마든지 자라날 수 있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만 자랍니다. 이해와 자비의 연꽃은 벌써 우리의 마음에 씨앗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이해와 자비의 꽃씨를 싹틔우기 위한 실천을 함으로서 우리의 행복을 위해 꽃들이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004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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