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 도쿠가와 이에야스 16,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눈 앞에 있는 적을 어떻게 우롱하고, 어떻게 굴복시킬 것인가. 전쟁터에 서면 이런 생각에 뒤이어 갖가지 지혜가 샘물처럼 솟아올라 순식간에 온몸에 활기가 넘치고는 했다. 그런 의미에서 히데요시는 고금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승부사勝負師였다. 전란이 종식된 요즈음 히데요시는 일상의 어디에서도 전쟁터에 있을 때와 같은 마음의 긴장이나 자극을 경험할 수 없었다.
"제가 남한테 선물로 받은 비단으로 노모께 옷을 지어드리려 했습니다. 노모는 기쁨은 나누어야 한다고 그 비단으로 보자기를 여러 개 만들어 기술자들의 아내에게 주고 한 번도 당신의 옷을 만들어 입지 않으셨습니다. 이 말씀으로 제 대답을 대신하려 합니다."
"세상에는 현격한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현격한 차이 정도로는 경우에 따라서는 져야 할 자가 이기고, 이겨야 할 자가 지기도 하는 뜻밖의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원이 다르다면 어떻게도 할 수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이기는 쪽이 이기고 지는 쪽이 지게 됩니다. 한 쪽에는 역사의 뜻이라해도 좋고 신불의 가호라 해도 좋으며, 세상에는 흔히 말하는 뜻밖에 운이 따랐다고 해도 좋습니다.그러자 다른 한 쪽에는 반대로 가난 귀신과 불운의 별이 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겨도 지고 공격해도 죽임을 당합니다. 모든 일이 불리하게 전개됩니다. 멀리는 헤이케의 멸망에서, 가까이는 타케다, 아케치, 시바타 등이 직접 남긴 교훈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쪽에서 투쟁심이 있으면 상대의 투쟁심도 불이 붙게 마련입니다. 이쬭이 성을 내고 있으면 상대가 냉정해지려고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상대를 끌어안지 않으면 안된다. 끌어안고 빰을 비비면서 진실을 이야기하면 상대도 해칠 마음을 버리게 된다......"
"세상에는 피해망상이라는 벌레가 살고 있지요. 이 벌레에 물리면 남이 모두 적으로 보입니다. 개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중한 충신을 의심하거나 훌륭한 아내를 쫒아버리거나 합니다. 이것이 한 나라와 한 가문으로 파고 들몀 멸망의 벌레로 변합니다. 모두를 가상의 적으로 여기고 행동하므로 어느 틈에 주위가 전부 정말 적으로 변하게 됩니다.......망하는 자는 거의 모두 이 망상이라는 벌레 때문에 스스로 움직이다 멸망하게 되지요. 조용히 수세守勢를 취하다 망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비록 카즈마사 녀석이 아무리 능란하게 히데요시를 구워 삶는다해도, 그 배후에 있는 가신들 중에 히데요시를 두려워하는 기풍이 생기면 사자 따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적 앞에서, 적 가운데서, 적의 배후에서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근성이란 말입니다. 그것이 없어진다면 일어서기는 커녕 멸망의 바람이 불게 됩니다."
"주군은 혼자서 천하를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주군만이 혼자 자세를 가다듬고 계신다 해도 뒤에 있는 가신들의 그것이 무너진다면 주군은 방에 있는가구 만큼도 쓸모가 없습니다. 감시하려던 히데요시에게 도리어 대번에 먹혀버리고 맙니다."
"......자. 물이 끓었어. 진혼眞魂을 위해서 한 잔 하세.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세......이렇게 말일세."
"잘못된 것이라고는 하지 않았어. 그러나 좀 더 생각이 깊었으면 싶어......그러니까 자네가 싫어하는 것을, 히데요시라는 적나라한 하나의 인간과 칸파쿠라는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인간으로,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히데요시와 칸파쿠가 별개의 인간이란 말씀입니까?"
"지금은 같지만 원래는 별개일세. 히데요시라는 분은 역사를 통해 오직 한 사람, 그러나 칸파쿠란 지위를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코에츠, 자네가 싫어하는 것은 히데요시가 아니라 칸파쿠 일게야."
"자네도 그렇지만 이 리큐도 무장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무장으로 출세할 능력이 없어서 자네가 서도書道나 칼의 감정에 일가를 이루고, 내가 다도에 몰입하게 된 것은 아니야. 이십만 석이나 삼십만 석 짜리 무장이 되어 영지를 다스린다고 하여 만족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어. 그래서 자네는 무장의 혼을 떠 맡는 길을, 나는 이 다도를 지향했어. 알겠나. 정치나 모략에는 반드시 추한것이 따르게 마련일세. 그 추한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천성......자네와 내가 천성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업일세. 이 업은 칸파쿠 뿐 아니라 어떤 영주와도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충돌할 것일세. 실제로 이 리큐도 칸파쿠의 비위를 거슬려 지금 이처럼 병을 핑계 삼아 곁에서 떠나 있는 것야."
"호조 부자는 이길 생각만 하다가 결국 자멸하고 말았어. 진다는 것을 몰랐다는 말일세. 양보를 잊고 있었어."
2010.2.26(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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