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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도쿠가와 이에야스 20,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햇살처럼-이명우 2013. 3. 29. 09:30

360. 도쿠가와 이에야스 20,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오에요, 여자가 자기 의견을 남편에게 말하는 것은 좋아. 그러나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강요해서는 안돼. 채택 여부는 남편에게 맡겨두고, 좋은 의견을 말하는 것이 내조內助인게야."
"예......예"
"사사건건 자기 생각을 강요하면 남편은 결국 아내의 의견을 묻지 않고는 움직이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 되고 말아. 그렇게 되면 진정한 내조가 되지 못하는게야. 여자가 강하면 남자의 기가 꺾인다는 걸 알아야 해."
"......"
"그러면 너도 남편에게 정나마기 떨어져 평생 불만을 품고 살게될지도 몰라."

"예. 호랑이 입에 뛰어들 때까지 토끼는 자기가 약하다는 것을 모르게 마련 아닐까요?"
"오, 참 좋은 질문이야. 네 말이 맞아. 나는 인간이란, 감정이 칠할, 이성이 삼할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아는 것은 체념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현명한 통찰이다. 이 한계를 알았을 때 비로소 인간은 자연의 운행과 자신의 생명을 조화시켜 영원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서두르지 않겠소. 서두르면 거칠어지게 마련이오. 타카토라님도 그렇게 아시고 무장들을 대하시기 바랍니다. 결코 천하는 몇몇 야심가들이 훔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훔치도록 두어서도 안됩니다. 천하는 경건하게 신불을 받드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나는 거친 성격의 미츠나리에게 이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소."

"적어도 나는 코마키에서 타이코에게 본때를 보인 사람이오. 그러나 죽이는 것 만으로는 태평한 세상을 열 수 없소. 살려야 합니다......각자의 장점을 말이오. 그 설득력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일......그것 없이 어찌 천하가 태평하게 가라앉을 수 있겠소. 카즈미공도 타이코도 그것을 나에게 깊이 일깨워주고 돌아가셨소......"

"어떤 경우에도 우선은 대비,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자세를 바로할 것......이것이 진인사 대천명 盡人事 待天命 의 자세요. 그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쓸데없는 좁은 소견이나 후회는 필요치 않소. 인내란 여기서 태어나고 마침내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라 믿고 있소."

"운세가 사나울 때는 몸을 사리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과 직결되는 파탄이 올 것이다. 십 년을 일하고 이년은 쉬어라......이 이년이 중요한 수면睡眠이라고 제가 야나기쵸에 있을 때 중국사람 오성도인五星道人이 가르쳐 주었어요......"

"공격한다면 고집은 세울 수 있겠지만......그러나 절대로 승산은 없을 것이오. 그렇다면 전멸이냐 인내냐 하는 양자택일이오. 어느 쪽이 도련님을 위하는 길인가......나도 이런 설득을 받았소"

미츠나리의 말은 일시적인 흥분으로 앞뒤 생각지 않고 떠들어댄 관념론이고 감정론에 불과했다. 그러나 토시이에의 말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성실하게 주위 사정을 고려한 실제론이었다.

"기량이 있다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 모양이오. 첫째는 자신의 재능을 주쳏지 못하여 현실이란 세상의 틀에는 들어서지 못하는 기량인......또 하나는 그 재능을 겸손하게 내부에서 키워 이 세상의 틀 안에 연마하는 기량인이오......토시마사도 잘 들어두어라. 전자는 반드시 비사悲史의 영웅이 되고, 후자는 위업을 완성하는 사람이 된다. 우리도 젊었을 때는 이 세상의 틀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 무척 난처했었지. 기량이 있는 자도 아니면서."

"암살이라는 함정으로는 한 두사람의 적은 제거할 수 있어도 천하를 움직이지는 못해. 마사노부도 야스마사도 잘 듣도록 하게. 만약 그대들 가신 중에서 다이나곤에게 무례한 짓을 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직접 처형할 것이다. 깊이 마음에 새겨두도록."

토시이에는......
오사카 저택을 떠날 때는 만약 이에야스에게 불손하고 괘씸한 점이 있으면 즉시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변하고 말았다. 이에야스에게 만약 인간으로서, 또는 무장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결함이 발견된다면 다만 웃어주면 그 뿐이었다......
"그대는 고작 이처럼 하찮은 사나이에게 불과했단 말인가......"
토시이에에게 이런 모멸감을 갖게 할 정도의 상대라면 별로 문제시 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세월의 심판을 받아 처량한 노인의 신세로 전락할 뿐일테니까......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심판이 인간의 일생을 기다리고 있다.

"나미아미타불......"
"부처님이 보시기에 인간은 모두 가엷은 번뇌의 자식일 겁니다."

죽을 것이기 때문에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시원스런 말인가.병법의 진수眞髓와도 통하는....... 아니, 그 이상으로 명쾌한 판단, 현재 미츠나리가 처한 고뇌의 원인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놀라운 객관客觀......확실히 미츠나리는 그 기질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태를 막다른 곳까지 몰아 넣었다. 당연히 같은 편이 될 수 있는 자까지도 너무 성급하고 무리하게 자기 의지와 합일 시키려다 도리어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시간'이란 얼마나 기묘하고 불가사의 한 것일까. 도대체 누가 언제 이 '시간'을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일까......? 시간은 헤아릴 수 없는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를 향해 시시각각 한 순간도 쉬지않고 흐른다. 눈에 보이지 않고, 때로는 그 안에 있는 자에게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그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인간이 '지금'이라고 한 순간 '지금'은 이미 흐르고, 내일도 내일이 되면 이미 '지금'이 되어 있다.

  '앞으로 두고보자!'는 '미래' 역시 인간 각자의 희망은 나타낼 수 있어도, 과거가 된 뒤 돌아보면 그 얼마나 하찮고 익살스럽게 보이는 것일까.

 

  타이코가 태어났다. 그리고 소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었다가 죽어갔다......다만 이 뿐이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원한과 책략, 영달과 의지는 티끌 같다. 아니, 인간 자체가 시간에 의해 키워지고 시간에 의해 죽음에 이르며 시간에 의해 잊혀지는 철칙 앞에서는 완전히 무력한 존재......어제는 이미 어제가 아니고, 내일은 오늘이 되어 다시 어제로 바뀌어 간다.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이 미쯔나리 따윈 나뭇잎 하나에 지나지 않는 無 일뿐......'

인간이 있다고 믿는 것은 언제나 쉬지않고 흐르는 '바로 오늘 지금' 뿐. 그 잠시도 쉬지 않는 '오늘의 바로 지금'을 영원인 줄 착각하고 부질없이 웃고 울며 저주하고 탐욕을 죽음을 맞이한다.  

"지부님, 전진만 알고 후퇴를 모르면 패배하는 것은 전쟁터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오. 인간에게는 인내가 제일인 때가 많소. 지부님은 지금 중요한 시련 앞에 서 있소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잘 생각해 보시오. 이 이에애스도 지부님과 같은 입장에 처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소."

 

2010. 3. 20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