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 1Q84 2,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을 다루거나 주고 받거나 이동할 때는 기본적으로 한 발의 탄환도 들어 있지 않는 상태여야 해. 또한 너는 총을 보면 기본적으로 탄환이 장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다뤄야 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때까지는 말이야. 총은 인간을 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어.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아. 내가 너무 소심하다고 웃는 자도 있겠지. 하지만 어이없는 사고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그걸로 죽거나 큰 부상을 입는 건 항상 주의 깊은 사람을 비웃던 자들이야."
"도조 히데키는 전쟁이 끝난 뒤에 미군에 체포될 것 같으니까 자기 심장을 쏠 생각으로 총구를 가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지. 하지만 총알이 빗나가 배에 맞는 바람에 죽지 못했지. 직업군인 중에서도 톱이었던 사람이 권총자살 하나 제대로 못하다니 말이야. 도조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서 미국 의료진의 극진한 치료를 받고 회복된 뒤에 재판을 받아 교수형에 처해졌어. 한심하게 죽었지. 인간에게 죽을 때라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어."
"돈은 필요없어. 이 세상은 돈보다 오히려 서로 빚을 주고 받는 걸로 돌아가거든. 나는 빚지는 건 싫으니까 가능한 한 빚 받을 데를 많이 만들어 두지."
과거를 아무리 열심히, 면밀하게 다시 바꿔 쓴다해도 현재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의 큰 줄거리가 변하는 일은 없다. 시간이라는 건 인위적인 변경은 모조리 취소시켜 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미 가해진 수정에 다시금 새로운 수정을 덧칠하여 흐름을 원래대로 고쳐갈 게 틀림없다. 다소의 세세한 사실이 변경되는 일은 있다해도,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덴고일 수 밖에 없다.
덴고가 해야 할 일은 아마도 현재라는 교차로에 서서 과거를 성실히 응시하고, 그 과거를 바꿔 쓸 수 있는 미래를 차곡차곡 써 나가는 것이리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채식주의자 고양이와 생쥐
생쥐 한 마리가 다락방에서 커다란 수컷 고양이와 덜컥 마주쳤어. 도망칠 곳도 없는 구석까지 몰렸어. 생쥐는 벌벌 떨면서 말했지.
'고양이님, 제발 부탁이에요. 나를 잡아먹지 말아 주세요. 나는 내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린 자식들이 배를 곯고 기다리고 있어요. 부디 나를 놓아주세요.'
고양이는 말했지.
'아, 걱정할 거 없어. 너를 잡아먹거나 하진 않아. 사실은 말이지. 큰소리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채식주의자야. 고기는 일절 먹지 않아. 그러니 나를 만난 건 너에게 큰 행운이야'
생쥐는 말했어.
'아아! 얼마나 멋진 날인가. 나는 얼마나 큰 행운을 거머쥔 생쥐인가. 채식주의자 고양이를 만나다니'
하지만 다음 순간, 고양이는 생쥐에게 달려들어 발톱으로 몸을 움켜잡고 날카로운 이빨로 목덜미를 물었어. 생쥐는 고통으로 헐떡이며, 마지막 숨을 몰아 고양이에게 외쳤어.
'아니, 당신은 채식주의자라서 고기는 일절 먹지 않는다면서요. 그건 거짓말이었나요?'
고양이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말했어.
'응, 나는 고기는 일절 먹지 않아. 그건 거짓말이 아냐. 그래서 너를 물고가서 상추와 바꿔 먹을 거야'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을 들어도 모르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A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좀 더 의미있는 것으로 보이게 해 준다면 A는 그들에게 진실인 거고, B라는 설이 그 남자 그 여자의 존재를 힘없고 왜소한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건 가짜가 돼. 아주 확실하지. 만일 B라는 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그 인물을 증오하고 묵살하고 어떤 경우에는 공격까지 할게야. 논리가 정연하다든가 실증 가능하다든가, 그런 건 그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힘없도 왜소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배제함으로서 가까스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제이미스 프레이저 [황금가지]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현실적인 모럴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 그래. 군균형 그 자체가 선인게야."
201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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