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도쿠가와 이에야스.29(유성),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제3부 천하통일
29. 격랑의 파도
전쟁이란 언제나 집단의 생명과 운명을 모두 것로 하는 냉혹하기 짝이 없는 도박이다. 따라서 집단 훈련을 충분히 해두는 준비가 무엇보다 급한 선결 문제였다.
"세키슈사이는 인간에게 유일하게 꽁꽁 묶인 부자유가 있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그 부자유란 삶과 죽음이라고."
"예. 삶과 죽음만은 아무리 고심하고 아무리 단련해도 자기의 힘이나 의지로는 절대로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태어나고 싶은 곳에서 태어날 수도 없고 죽을 때를 넘기고 살 수도 없다. 인간은 우주에 의해 생과 사라는 한 점에 꽁꽁 묶여있다.......이를테면 우주의 부하이다. 이런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우주의 부하라......"
"그르므로 새로 주군을 바꾸지 마라. 상대방 주군도 우리와 같은 우주의 부하......그 부하가 부하의 본분을 잊고 이중으로 주군을 섬김은 우주에 대한 무서운 불충......주군은 우주 하나로 족하다. 일부러 두 주군을 섬겨서 부자유스런 인간으로 전락하지 말라고."
"(......)전쟁이란 참 이상한 것이야......예. 일단 승부가 결정되면 자자손손에 이르기까지 원수가 되거나 아니면 패배자로서 예속을 강요당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므로 제가 추구하는 야규 신카게류는 싸우지 않는 것을 최선의 병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토요마사가 보는 우다이진 히데요리는 우매하지는 않았다. 두뇌의 움직임은 때때로 비상하게 예리함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고, 사태의 본질도 잘 뛔뚫어 보았다. 그러나 무어라 해도 그 지식의 폭이 좁고 세속과 민심에는 어두웠다. (......) 아무리 뛰어난 소질을 가진 인간이라도 배우지 않은 것은 알지 못하고 접촉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를 기대할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나면 인간은 언제나 상식의 테두리를 벗어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 원한도 없는 사람인데도 어떻게 죽이느냐 하는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쟁에는 전략의 우월이 있고 또한 전술의 잘잘못이 있다.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기, 승패에 대한 자신감 여부이며, 또 '상황'이기도 했다. 때로는 우연인 것 같은 이 '상황'에 따라 전쟁 자체가 한 마리 살아 있는 짐승처럼 움직이고 미쳐 날뛴다.
이에야스는 새삼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도 팔부쯤 불러야 건강에 좋듯 승리도 팔부쯤이면 충분해. 너무 이기면 과식한 것과 마찬가지로 몸에 해는 될지언정 약은 되지 않아. 자네도 이를 잊지 말게."
"이번 전쟁은 말일세, 오사카 성은 결코 난공불락도 아무것도 아니다......인간이 만든 성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가짐에 따라 무너지게 마련이다......이렇게 생각하도록 하면 끝나."
"(......)이 세상의 싸움이란 실은 여자와 남자들의 영원한 싸움이었는지 모릅니다. 낳자, 번식시키자, 땅을 메우자......고 하는 여자들과, 죽이자, 사냥하자, 빼앗자고 혈안이 되어 몸부림치는 남자들의 싸움......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것을 이 유키무라는 몰랐소. 모르고서야 어찌 싸움이 된다는 말이오."
"......오직 힘만 믿고 이기는 것은 결코 참다운 승리가 아니야."
'이런 인물에게 오사카 성이 그 운명을 맡겼단 말인가?'
세상에 큰 비극이 일어날 때는 반드시 이상한 어릿광대가 실력 이상의 지위에 앉아 허우적거리게 마련이야. 적어도 이에야스와 그를 둘러 싼 사람들에게는 평화의 기틀을 굳게 다지겠다는 이상이 있다. 그런데 오노 하루나가 쪽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묘한 정서에 가속도가 붙어 비극의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의 지혜와 사고에는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지혜가 있는 자는 남이 하는 말을 광범위하게 듣고나서 훌륭한 지혜를 받아들여 이용하는 사람이다.
"시간은 언제나 쉬지않고 흐르게 마련이야. 가는 자, 오는 자는 언제나 바뀌는 거야. 그러니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해."
'세월이란 불가사의 한 것이야.'
세월은 인간의 생각도 재능도 모두 고스란히 감싸안고 흘러간다......
"젊을 때는 누구나 혈기에 못이겨 탈선하게 마련......그것은 나이와 더불어 차차 수그러지는 한낱 혈기. 그럴 때마다 용서를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황금에 집착하는 자는 황금 때문에 생명을 잃는다......옷에 집착하는 여자는 옷 때문에 불의를 저지른다......"
2010. 5. 31 월요일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5. 도쿠가와 이에야스.18, 아마오카 소하치, 솔, 2002 (0) | 2013.04.30 |
---|---|
374.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고즈윈, 2008 (0) | 2013.04.30 |
372. 도쿠가와 이에야스.28(유성),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0) | 2013.04.25 |
371. 도쿠가와 이에야스.26(오사카의 고민),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0) | 2013.04.25 |
370. 도쿠가와 이에야스.27,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2 (0) | 2013.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