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 봄의 폭풍, 헤르만 헤세, 청목, 2003
그 이후 나는 불구가 되어 절름거리고 걸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리하여 나의 청춘에는 뜻하지 않게 조용한 길이 열렸다. 나는 부끄러워하면서, 마음 내키지 않는 그 길을 걸어간 것이다. 결국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 날의 황혼녁의 썰매타기와 그 결과를 내 평생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수도 있었다.
몸의 결함이 나를 괴롭혀 절실한 원망을 파괴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때 만큼 자기의 허약함과 불구를 격렬한 고통으로 느낀적은 없었다. 그 즈음은 건강한 젊은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를 볼 때마다 굴욕과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지팡이와 절뚝발에 차츰 익숙해져서 겨우 지장을 느끼지 않게 되었듯이, 세월과 함께 자기의 불구를 의식한다해도 예사로와질 수 있고, 체념과 유우머로 견딜 수 있도록 길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인간은 참으로 천차만별이군요. 참말을 들려주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그만 공치사도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인간이란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새로운 생활과 충족된 희망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고독에 대한, 아니 그것 뿐이랴. 공허한 나날에 대해서, 이상하게도 일시적이나마 희미한 베일 너머로 곰곰히 느껴지는 향수를 느꼈던 것이다.
[나는 말이죠, 마음 속으로 나이를 먹는데에 몹시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요. 청춘이란 도대체가 속임수요, 신문이나 책에서 운위되는 허황된 것들이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시절이라니,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어! 노인이야 말로 훨씬 행복한 인상을 줍니다. 청춘은 일생에서 가장 곤란한 시절입니다. 이를테면 자살은 나이가 든 후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잖아요.]
"나는 사람의 일생에는 청춘과 노인의 사이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청춘은 이기주의로 끝나고, 노인은 타인을 위한 생활로 시작하지. 말하자면 젊은 사람들은 자기만을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에 생활에서 많은 향락과 고민을 받는거야. 따라서, 모든 소망이나 착상이 소중하고 모든 기쁨을 맛 볼대로 다 맛보게 되는거지. 그리고 자기의 소망이 실현되지 않는 것을 보고는 곧 전 생활을 포기하고 마는 사람이 허다한 거야. 그것이 청년이라는 거야.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에게서는 그것이 변하여져서, 미덕에서가 아니라, 완전히 자연적으로 보다 많은 타인을 위하여 사는 시기가 오는거야. 대개의 경우 그것을 가지게 되는 것은 가정이야. 자식이 있으면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소망을 생각한다는 것은 적어지지. 직업이나 정치나, 예술이나 아니면 학문을 위해서 이기주의를 업애는 사람도 있어. 청년은 놀아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노인은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자식을 낳기 위해 결혼하는 사람은 없지만, 자식이 생기면 자식 때문에 자신이 변하게 되고, 필경에는 만사가 자식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그것은 청년은 즐겨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결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없다는 것과 관련되고 있어. 노인의 경우는 그 반대지. 젊은이들은 영원히 살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따라서 모든 소망이나 사상을 자기 본위로 할 수가 있지. 노인의 경우가 되면, 어딘가에 끝장이 있고,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소유한다든가, 행동한다든가 하는 것은, 결국 모두가 공으로 돌아가 헛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거야. 따라서, 다른 영원한 세계와 자기는 단지 벌레 같은 존재를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는 신앙이 필요하게 돼. 그 때문에 처자나 사업이나 직무나 조국이 있는거야. 그것도 누구를 위하여 나날의 노고와 궁핍한 생활이 영위되는가를 알게 돼......사람은 자기를 위해 사는 것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편이 만족이 큰거야. 다만 노인들은 그것을 너무 영웅적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댜. 실지로 그런것이 아니야. 가장 열의있는 청년이 가장 좋은 노인이 되는 것이지. 학교시절에 벌써 할아버지 마냥 행동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야"
"배가 침몰하게 되면, 그 전에 배에서 쥐가 달아나게 마련이야. 배가 망가진다는 것을 쥐는 아마 모르고 있을거야. 다만 섬뜩한 전율을 느끼고 도망치는 것 뿐이야."
운명은 친절한 것이 아니며, 인생은 변덕스럽고, 모질고, 자연에는 친절도 이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젊은 시절보다 만족해진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젊었던 시절을 탓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 청춘은 모든 꿈속에서 빛나는 노래처럼 울려와, 청춘이 현실이었던 그 때 보다도, 지금은 보다 더 청순하게 울려퍼지기 때문에.
2012. 5. 9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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