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 스페인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
"......돈키호테와 산쵸는 하나에요. 그 둘은 스페인의 통일된 하나의 정신을 이룬답니다. 세르반테스는 우리가 스페인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스페인의 정신을 두 개로 나누었어요."
모든 것은 죽음에 속한다. 무 無! 그 무엇도 아닌 것, 스페인이 영혼이 발하는 가장 심오하고 가장 특징적인 외침이 이<無>에 대한 의식, 즉, 인생은 꿈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비천한 농부에서 칼테론과 세르반테스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꿈이라는 이 심오하고 비극적인 신념이 울려퍼지고 있다.<꿈을 꿉시다. 오 나의 영혼이여, 꿈을 꿉시다>
1588년 8월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해안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자 스페인 전체가 쓰러졌고, 결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왜냐하면 무적함대와 더불어 스페인의 돈키호테적 꿈이 모두 침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와 스페인은 그들의 파괴된 낡은 탑으로 돌아왔고, 겸허하게 죽을 준비를 했다. 이 당시 스물네살의 젊은 세르반테스는 나브팍토스에서 영웅적으로 싸웠다. 그러난 그는 병에 걸렸고, 지휘관들은 열병으로 떨고 있는 그를 전쟁터로 데러가지 않았다. 이미 돈키호테와 같은 열정에 빠져있던 세르반테스는 소리쳤다. "나는 여전히 용감하게 싸울 것입니다! 침대에 사지를 뻗고 있는 것보다 그리스도와 왕을 위해 싸우며 죽는 게 낫습니다! 가장 위험한 자리로 날 보내 주세요. 맹세컨대 나는 그 자리를 지킬 것이고,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을 것입니다."
그는 다시 부상을 당했지만 다시 전쟁터로 돌진했다. 조국으로 돌아오면 왕이 팔을 벌리고 자기를 환영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영광과 명예도 기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그러자 절망에 사로잡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천명했다. "나는 위대한 작품을 쓸 것이다. 나는 부와 영광을 얻고 말것이다. 나의 펜으로 나는 칼로 얻을 수 없었던 것을 얻고 말 것이다."
그는 종이에 자신을 내맡기고 희곡과 소설들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그러나 영광은 오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사랑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한 여인을 미친듯이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가난하고 하찮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세르반테스는 절망했다. 마흔살을 넘기자 그는 펜을 버리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무적함대에 물품을 제공하는 일을 했고, 함대에 필요한 기름과 밀을 사면서 스페인 전역을 여행했다. 그러나 무적함대는 침몰했고, 그와 더불어 세르반테스도 파산하고 말았다. 그는 비밀리에 아메리카로 떠나려고 시도했지만 체포되어 채무자로 감옥에 들어가고 말았다. 감옥에서 세르반테스는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이교도와 싸워 영웅이 되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위대한 시인이 되어 불멸의 작품을 쓰겠다고 했지만, 마찬가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를 배신했다. 그리고 장사에 매료되었다가 그만 채무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그의 인생은 이 모든 피투성이의 모험을 했던 것일까? 그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떻게 출발했고, 지금 어디서 끝을 맺게 되었는가? 돈도 친구도 명예도 없는 늙은이는,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출항했던 배가 난파되어 우스꽝스럽게 된 모습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위대한 조국이 고통받는 모습이기도 했다. 1600년경에 세르반테스와 스페인은 육지로 둘러싸인 조용한 내해(內海)에서 난파되어 닻을 내린 상태였다.
그런 다음 절망속에서, 즉 그 감옥과 세르반테스의 쓰라린 가슴 속에서 돈키호테가 태어났다. 세르반테스는 젊은 날의 꿈을 늙은 기사의 머릿속에 집어넣었고, 그를 끔찍하고 냉혹한 현실과 함께 전쟁터로 보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고통을 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세르반테스 자신의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모든 스페인도 웃고 울었다. 왜냐하면 위대한 사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결국은 수백 곳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는, 종이 갑옷을 입은 기사는 바로 스페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견딜 수 없이 슬픈 위기의 순간에 있던 스페인에게 그 어느 것 보다도 값진 선물을 주었던 것이다.
<창작은 게임이다. 창작의 목적은 구원도 아니고 아름다움도 아니다. 창작자는 신비의 바다 언저리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다. 그는 모래로 사람과 집과 산과 동물을 만든다. 그는 놀고 있다. 당신이 그에게 목적을 부여하면, 그는 더 이상 놀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비야 성당, 투우, 정열, 플라맹고, 카르멘, 돈키호테, 미술 →피카소, 미로,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그라나다.
알람브라의 궁전.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손을 걸어놓았다. 그 손은 신도들에게 신에게 이르는 다섯 가지 길, 믿음, 자비, 기도, 금식, 메카로의 순례를 가르킨다. 이 다섯 가지 길 중에서 나는 마지막을 택했다. 나는 메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것을 찾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이 찾고 있는 그 메카는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라는 한 아랍시인의 짧고 명쾌한 어구가 마치 번개처럼 내 마음을 꿰뚫고 들어왔다.
투우.
<마타도르> 투우를 죽일 주인공
<반데리예로> 황소의 목덜미와 궁둥이를 찌르는 자
<피카도르> 긴 창으로 황소의 화를 돋우는 자
<푼티예로> 마지막으로 급소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
데스페라도 - 무법자, 절망적인 사람
2012. 5. 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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