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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 항우와 유방 3, 시바료타로, 달궁, 2002

햇살처럼-이명우 2015. 10. 30. 18:13

481. 항우와 유방 3, 시바료타로, 달궁, 2002

'슬퍼하는 사람에게 다가와 얼굴을 갖다대고, "참 슬프지요?"하고 위로도 아닌 위로를 하는 놈 만큼 미운 놈도 없다.'

유방은......원래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친구나 졸병을 데리고 다녔고, 그들이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해 주었다. 그 때부터 사람 위에 군림하는 버릇이 들어, 윗자리를 빼앗는 솜씨 하나만은 여를 내두르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방은 적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전선을 기피하여 항상 뒤에 물러나 있지는 않았다. 그게 이상하고 신기한 점이었다.

전국시대 '합종책'을 주장한 소진, '연횡책'을 주장한 장의.

제나라 수도 임치(산동성)

지식인을 '생生'이라 한다. 그래서 괴통(한신의 모사)도 높여서 괴생이라 한다.

"적어도 종횡가는(유가에 비해) 꿈은 꾸지 않나이다." 괴생이 말에 따르면, 두 나라의 관계란, 공통의 적을 두고 똑 같은 위기에 빠지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건 모든 것을 잊고 형제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이상이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이기주의가 있을 뿐이며, 종횡가는 유가와는 달리 국가의 그런 이기주의를 중시하고 분석한다고 괴생은 주장했다.

한신과 소아, 소아가 다른 소녀들과 구별되게 소매에 검은 테를 두르도록 했다......의상이나 의장이 이렇게도 인간을 개별화 시키는가.

용저는 객의 헌책을 차버렸다.
"한신과 마음껏 싸워볼 생각이야. 지금 방어태세를 갖추고 한신과 그 병사를 굶기는 작전을 구사하여 이긴들 누가 나의 공이라 하겠느냐. 고생해서 이 먼 제나라 땅까지 대군을 이끌고 와서 적을 보고도 싸우지 않는 것은 겁쟁이가 하는 짓과 같다. 천하의 눈과 귀가 모두 제 땅에 쏠리고 있는데, 당신 말대로 하면 초나라는 천하의 신망을 잃고 말 것이다. 또한 한신은 예전에 초나라 군인이었다. 그가 얼마나 겁이 많은 놈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내가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다."

'반도半渡', 이는 한신이 적을 반 쯤 건너게 한 다음 '용저'군을 공격한 것에서 나온 말이다.

항우가 유방보다 머리가 나쁘다는 증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단 하나 항우의 특이한 점은, 밥은 항상 시동이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데 있다. 초군의 보급은 그 책임자의 손에 의해 늘 해결되고 있었고, 항우가 단 한번도 그 때문에 고민한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총사나 되는 자가 그런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고방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항우는 '전란 때문에 천하는 극심 천하는 극심한 굶주림과 혼란에 빠져있다. 그 모든 것은 우리 두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죽으면 이 세상은 평화를 찾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병사를 제쳐두고 우리 둘이서 승패를 결하자'

항우의 제안이었다.

유방은 거침없이 답장을 보내왔다.

'나는 지혜로 싸우고 싶다'


'사람이란 자신이 가진 것으로 타인에게 이익을 주어야 해'


후공과 괴통

후공은 비수처럼 죽 찢어진 눈으로 채선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괴통도 그렇겠지만, 나도 천하를 주유하며 때로는 굶주리고 때로는 눈 속에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지. 그래서 얻은 지식을 너의 이익을 위해 들려 주었어. 변사란 자신의 말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야. 자네는 그것을 값싸게 샀어."


무인으로 살기란 정말 힘듭니다. 병사들은 고향을 떠나 산과 들에서 잠을 자야하고, 살아서 돌아가기가 어렵고, 싸워 이기기는 더욱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고래로부터 武무가 아니면 난을 평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 하였습니다. 文문으로는 일시적인 평화는 이룰 수 있으나 세월이 지나면 반드시 혼란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장군, 당신께서는 불세출의 군사적 재능으로 조나라 50여개 성을 정복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무의 길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역이기라는 일개 유생은 수레의 횡목에 몸을 기대고 세 치 혀를 날름거려 제나라 70여 개 성을 굴복시켰습니다. 장군의 무공이 한치 혀에도 미치지 못하니,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역시 한신은 무인에 지나지 않아'

괴통은 그런 한신이 좋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인으로서 걸출한 재능을 가졌으나 다른 면에서는 백치와도 같은 인물치고 제대로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흘려 보낼 수 없어. 잊을 수는 있지만 흘려보낼 수는 없지. 과거란 것이 하나 씩 쌓여 오늘 날의 한신이 있는 것이야. 흘려보내라는 것은 한신이란 인간을 없애라는 말과도 같아."


食人之食者死人之事 식인지식자사인지사 : 남의 음식을 얻어 먹었으면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 협俠


항우는 가장 큰 실패는 병사들의 배를 곯렸다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유민 출신으로써 먹을 것을 찾아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사이에 항우의 병사가 되었던 만큼, 배가 고프면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리는 습성을 가진 것도 당연했다. 그들이 흩어지지 않고 오늘 날 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항우에 대한 존경심 하나 때문이었다.


"폐하,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는 늘 갑작스런 요소가 첨가되는 법이다. 한신과 팽월은 폐하가 거병할 때는 곁에 있지도 않았고, 또한 폐하와 고난을 함께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천하를 차지하려는 지금, 이 두 가지 요소가 없으면 항왕에게 이길 수 없고, 이 두 세력이 떨어져 나가면 천하는 고사하고 폐하의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드나이다. 지금 폐하에게 필요한 것은 천하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이치를 통찰하는 일입니다. 그것을 통찰하려면 작은 나를 버려야 하나이다." 장량은 말했다.


장량은 그렇게 생각했다. 또한 장량은 두 사람(한신과 팽월)이 그 땅을 받아들임으로 해서 후일 그것으로 인하여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군을 능가하는 공을 세우고, 주군을 능가하는 영토를 차지하면, 천하가 통일된 후에는 반드시 견제를 받게 되어 있다. 통일 후에도 주군인 유방이 여전히 마음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후일, 장량의 예감은 적중했다. 유방은 여전히 관대했지만, 그의 아내 여후는 그 두 사람을 원수처럼 생각했다. 군신 가운데도 시기하는 자가 많아서 두 사람에게 모반 혐의를 씌워 결국 두 사람 다 죽임을 당하고 봉토를 빼앗기고 만다.


장량은 미래를 보는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후일, 유방이 논공행상을 했을 때, 장량의 공을 높이 평가하여 3만호에 달하는 봉토를 주려했으나 장량 자신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인이 처음 폐하를 만난 것은 유(留 강소성)의 교외였나이다. 그 곳만 주셔도 충분하나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장량은 그 무욕 때문에 한 제국 성립 후의 공신이 나 권신들처럼 몰락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항우의 명마 추騅 가 있었다. 추는 하얀 바람에 검은 짙은 갈색 털이 난 말인데 고유명사는 아니지만, 항우는 추를 그냥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큰 바람 불고 구름 높이 오르니 (太風起兮運飛陽 대풍기혜운비양)

위풍을 천하에 떨치고 고향에 돌아왔네.(威加海內兮歸故鄕 위가해내혜귀고향)

용맹한 인재들로 사방에 지켜 태평천하를 이룩하리.(安得猛士兮守四方 안득맹사혜수사방)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석 자의 칼로 천하를 얻은 것은 (提三尺劍 取天下 제삼척검취천하) 하늘의 뜻이니, 상처도 하늘의 뜻에 따를 것이다."

유방도 경포와 전투 때 입은 상처로 치료를 거부하고 죽었다. 

장락궁에서.

53세. 항우가 죽은 후 7년 뒤의 일이다.


2012. 9. 30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