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 항우와 유방 2, 시바료타로, 달궁, 2002
谷神不死 是謂玄牝 (곡신불사 시위현빈) 골짜기의 여신은 영원히 죽지 않고, 만물을 창조한다.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그 신비로운 여신의 문이 바로 천지만물의 근원이다.
綿綿若存 用之不勤 (면면약존 용지불근) 끊어질듯 하면서도 이어지고, 아무리 써도 다할 줄 모른다.
「노자老子」 제6장 「성상成象」
한신은 도박의 재능고 대단했다. 도박을 할 때면 물처럼 차분하고 냉정해졌다. 질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약아빠졌다고 자존심을 건드려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인내라는 미덕을 가졌다기 보다는, 낯이 두꺼웠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덩치 큰 양아치가 시비를 걸었을 때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자 낯가죽을 두껍게 한 다음 개처럼 상대의 가랑이 사이로 긴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굴욕적인 순간에도 한신 특유의 냉정한과 후안무치가 그 정신과 동작에 여유를 가지게 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발하게 한 것이다.
거기에는 후일 그가 발휘하는 군사적 능력과 연결되는 타산이 작용하고 있었다. '상대의 배후엔 조직이 있다. 그런 놈과 싸움을 벌이다가는 목숨이 위험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타산이다. 또한 가랑이 사이를 기어나갈 때도 그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짜릿한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가랑이 사이를 기는 것은 승산없는 도박은 하지 않겠다는 승부정신이다. 그 순간 그는 소심하고 겁 많은 자신의 행동과는 모순되는, 일종의 쾌감과 긴장감을 즐기고 있었다.
"한신, 당신은 천재일지는 모르겠지만, 전투란 늘 이런거라오."
소하는 웃으며 가파른 언덕 길을 간단히 내려가 버렸다.
2012. 8. 1 수 휴가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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