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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열국지 4. 영웅이 때를 만나다. 풍몽룡, 김구용 옮김, 도서출판 솔, 2001

햇살처럼-이명우 2016. 2. 16. 15:13

498. 열국지 4. 영웅이 때를 만나다. 풍몽룡, 김구용 옮김, 도서출판 솔, 2001

고대에 편작扁鵲이란 명의名醫가 있었다. 어느 날 제나라 도읍 임치에 가서 제 환공을 뵈었다.
"상감의 병이 살 속에 있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될 것입니다."
제 환공은 미소하며 대답한다.
"과인은 아직 아무 병도 없소."
편작선생은 더 말하지 않고 물러갔다. 닷새가 지난 뒤 편작선생은 다시 궁으로 들어가서 제 환공을 뵈었다.
"상감의 병은 이미 혈맥에 있습니다. 이제 치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 환공은 웃으며 듣질 않았다. 또 닷새가 지났을 때 편작선생은 다시 제 환공을 뵈었다.
"상감의 병이 어느 새 창자오 위에 있습니다. 속히 치료하십시오."
제 환공은 역시 듣질 않았다. 편작선생이 돌아간 뒤 제 환공이 푸념한다.
"의원들이란 우스운 것들이어서 자기만이 잘 아는 듯, 자기가 제일인 듯이 뽐낸다. 그래서 멀쩡한 사람을 보아도 병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다시 닷새가 지났다.
편작선생은 다시 궁에 가서 제 환공을 뵙겠다고 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편작선생이 제 환공을 보고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편작선생은 종종걸음으로 달아나듯 궁문을 나와 돌아가 버렸다. 제 환공은 편작이 말없이 가버리는 것이 이상했다.
"편작을 뒤쫒아가서 왜 그냥 가느냐고 그 까닭을 물어보아라." 하고, 아랫사람에게 분부했다. 아랫사람이 뒤쫒아가서 시정市井 앞을 지나가는 편작선생을 붙들과 그 까닭을 물었다. 편작선생이 대답한다.
"귀후의 병이 피부에 있었을 때 탕약으로 고칠 수 있었고, 혈맥에 있었을 땐 침으로 고칠 수 있었고, 창자와 위에 있었을 땐 약술로 고칠 수 있었으나, 이젠 병이 골수에 박혔으니 어찌하리오. 그러므로 말하지 않고 물러 나왔소."
다시 닷새가 지났다. 제 환공은 마침내 발병했다. 궁에서 사람이 편작선생을 부르러 갔다. 역관 주인이 나라에서 나온 사람에게 말한다.
"편작선생은 닷새 전에 떠나셨습니다."
제 환공은 드디어 발병하여 죽은 듯이 병상에 누워 꼼짝을 못했다. 역아와 초는 제 환공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침실 주위에다 높이 3장이나 되는 담을 둘러쌓았다. 담 밑에 개구멍 하나 두고 어린 내시 하나가 아침 저녁으로 그 구멍으로 들어가 제 환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였다. 밖에는 역아와 초가 궁중 병사들을 거느리고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그 경계를 뚫고 천첩 안아아가 담을 넘어 들어왔다. 안아아는 그렇게 제 환공과 같이 죽었다. 제 환공은 주 장왕 12년에 즉위, 주 양왕 9년에 사망, 43년간 재위했고, 수는 73세였다.

정신이 맑으면 매사에 건실한 법이다.

송 양공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공손고는 약복이를 보고 탄식한다. "싸움은 주로 죽이는 것이 목적인데 주공은 늘 인의仁義만 내세우니, 이젠 군자君子의 인의란 것이 무엇인지 알듯 모를 듯 하오."

드디어 홍수泓水에서 초나라 군대화 싸워 대패했다. 염옹이 시로써 이 일을 탄식했다. 등, 증 두 나라 임금에겐 가혹하게 하고 초군에게만 너그러이 대하다가 마침내 넓적다리에 부상을 당하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송 양공처럼 인의를 찾다가는 도적놈과 성인도 분별할 수 없느니라. '宋襄之仁 의 고사 유래'

"가야 한다는 것은 공자의 뜻이며, 가기 싫다는 것은 공자의 정입니다."

초 성왕은 공자 중이(훗날 진晉 문공)에게 내 도움을 받아 왕이 되면 어떻게 보답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일 대왕의 군대와 싸우게된다면 우리는 삼사(90리)를 물러서겠습니다."

19년 오랜 망명 끝에 (진秦나라의 도움으로 귀국하여 왕이되다.) 귀국하는 공자 중이 일행이 황하를 건너기 전에 배에 실을 짐의 양이 많았다. 구멍난 옹기 솥이며, 깨진 질그릇, 구멍난 돋자리와 찢어진 수레 휘장까지 호숙이 일일이 실으려 하자 공자 중이가 내다버리라 했다. 이에 호숙은 자신이 공자 중이에게 세 가지 죄를 지었다 한다.
"신이 듣건대 성聖스러운 신하는 능히 그 임금을 높이며, 어진 신하는 능히 그 임금을 편안하게 한다 하옵니다. 지난 날 불초 신은 공자로 하여금 오록 땅에서 갖은 곤란을 겪게 하였으니 그 죄 하나이며, 또 조나라와 위나라 두 임금으로부터 갖은 천대를 받게 했으니 그 죄 둘이며, 취한 공자를 수레에 싣고 제나라를 빠져나와 공자를 진노케 했으니 그 죄 셋입니다. 오늘 날 까지는 공자께서 두로 열국을 방황하시며 망명중이셨기 때문에 신이 감히 곁을 떠날 수가 없어 모시고 다녔지만 이젠 고국산천으로 돌아 가시게 되었습니다. 신은 장구한 세월 동안 분주히 돌아다닌 때문에 그간 여러 번 놀란 넋이 이젠 거의 꺼질 것만 같고 몸도 마음도 다 소모되어서 마치 저 구멍난 옹기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부서진 그릇은 다시 상위에 놓을 수 없으며, 찢어진 돗자리는 펼칠 수 없습니다. 신이 있대서 이익될 것도 없으며 신이 떠난대서 손해될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이제 공자 곁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대가 나를 이렇게 심히 꾸짖는 것이 마땅하고 마땅하다. 이는 나의 잘못이었소. 호숙아. 저 백사장에 내버린 물건들을 도로 일일이 들여놓아라. 내 고국에 돌아가서 그대의 그간 고생을 잊는다든지 그대가 나와 함께 한 마음으로 나랏일을 돌보지 않는다면, 어느 쪽이든 그 자손들이여 불행하라! 그 자손들이여 불행하라! " 맹세했다.

호숙이 준 흰 구슬 한 쌍을 황하에 던지며 맹세했다.  그 때 그 배에 개자추介子推도 함께 타고 있었다. 개자추는 공자와 호숙이 서로 맹세하는 걸 보고 웃으면서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공자가 이제 고국에 돌아가게 된 것은 누구의 공인가. 다만 하늘의 뜻이거늘 호언은 자기의 공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렇듯 부귀를 탐하고 도모하는 자들과 함께 벼슬을 산다는 것은 나의 수치로다."


공자 중이는 43세 때 고국을 떠나 책나라로 도망쳤고, (왕자 9명 중 생존해서 왕이 됨), 55세 때 제齊 나라로 갔고, 61세 대 진秦 나라로 갔고, 고국에 돌아와 진晉 나라 임금이 되었을 때는 그의 나이 62세 였다. 진晉 문공(공자 중이 B.C 636~628) 재위 기간 8년 동안 정치, 경제 방면 눈부신 부흥을 이루면서 춘추오패 중 두 번째 패업을 이루었다. 68세 사망.


"모든 흥망성쇠는 다 정해져 있거늘                    萬物榮枯皆有定 만물영고개유정

 인생은 쓸데없이 분주하도다.                         浮生碌碌空奔忙 부생록록공분망

 우습구나, 저 어리석은 사람은 분수를 모르고        笑彼愚人不安命 소피우인불안명

 굳이 겨울 날에 번개와 여름에 서리를 구하는구나.  强覓冬雷和夏霜 강멱동뢰화하상 "


왕이 된 '공자 중이(晉) 문공 논공행상을 한다. 1,2,3등 공신 '만일 공로 있는 자로써 이번에 상을 받지 못한 자가 있거늘 자진해서 신고하라.' 조서를 성에다 걸었다.


호숙이 호소한다. 그에 진문공은 대답한다.

"앞으로 가까이 오라. 과인이 너를 위해 그 이유를 밝혀주마. 인仁과 의義로써 나를 지도하여 잘못을 깨닫게 해준 사람에게 上賞을 내렸고, 묘한 계책으로 나를 도와 모든 제후로부터 욕보게 하지 아니한 사람에겐 그 다음 상을 내렸고, 적의 시석矢石과 칼날을 무릅쓰고 자기 몸으로써 나를 보호해준 사람에겐 그 다음 상을 내렸다. 그러므로  자세히 듣거라. 가장 으뜸가는 상은 덕德에 대해서 준 것이고, 그 다음은 그 재주에 대해서 준 것이고, 그 다음은 그 공로에 대해 준 것이다.  나를 위해서 사방으로 분주히 돌아다닌 수고로움은, 그것은 필부의 힘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것보다 그 다음가는 공로이다. 잘 알겠느냐? 1등, 2등, 3등 공신의 행상이 끝난 후에 그 다음 상이 너에게 돌아갈 것이다."


개자추介子推, 옆집 사람, 해장解張 면산에 초려를 짓고 삼.

 

용맹한 용이 있었는데 그 있던 곳을 슬퍼했도다. 

그래서 여러마리 뱀이 그를 따라 두루 천하를 돌아다녔다.

그 용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매 한 뱀이 제 살을 베어 먹였도다.

그 뒤 용은 못으로 돌아가 그의 국토를 안정시켰도다.

몇 마리 뱀도 구멍으로 들어가 다 거처할 집을 가졌도다.

그런데 한 뱀만이 들어갈 구멍이 없어 저 벌판에 울부짖는도다.


유룡교교 비실기소(有龍矯矯 悲失其所)   날랜 용이 있었는데 살 곳 잃고 슬퍼했네

수사종지 주유천하(數蛇從之 周游天下)   여러 뱀이 그를 따라 천하를 떠돌았네

용기핍식 일사할고(龍飢乏食 一蛇割股)   용이 굶주리자 뱀 한마리가 허벅지를 베네

용반우연 안기양토(龍返于淵 安其壤土)   용은 못으로 되돌아와 그 땅에 안주했고

수사입혈 개유영우(數蛇入穴 皆有寧宇)   뱀들도 굴에 들어가 모두 편히 지내는데

일사무혈 호우중야(一蛇无穴 號于中野)   굴이 없는 뱀 한 마리 들판에서 울부짖네

 

"이는 개자추介子推가 과인을 원망한 글이다. 지난 날 과인이 위나라를 지나갈 때 몹시 시장하였는데, 介子推는 자기 넓적다리 살점을 베어내어 과인에게 먹였다. 이번에 과인이 공신들에게 크게 상을 내렸는데 개자추 혼자만 빠졌으니 과인의 잘못을 어이할꼬?"


'해장解張'이 앞으로 나아가 아뢴다.

"그 글은 자추가 지은 것이 아니라 소인이 지은 것입니다. 개자추는 상을 구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고 그 어머니를 등에 업고 면산 깊숙이 들어가서 숨었습니다. 소인은 그 공로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글을 지어 조문에 붙였습니다."


"만일 네가 그런 글을 지어서 걸지 않았다면 과인은 개자추의 공로를 깜빡 잊을 뻔 했구나."

진 문공은 해장에게 하대부下大夫의 벼슬을 주었다.


2013.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