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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알렉산드로스 2 (아몬의 해변), 발레리오 마시모 만프레디, 들녁, 2001

햇살처럼-이명우 2018. 8. 21. 11:54

530. 알렉산드로스 2 (아몬의 해변), 발레리오 마시모 만프레디, 들녁, 2001

작가의 말
그라니코스 전투
용병 멤논과의 결전
책략의 거울
아시아의 패자

"난 태양이 이글거리는 평원 한 가운데서 적들과 얼굴을 맞대고 정정당당하게 전투를 벌이길 기대했네. 말하자면 호메로스적인 전투 말이야."
"그렇게 될걸세. 하지만 이거 한가지는 알아두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는, 쓸데없는 모험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는거네. 자네들도 그렇게 해야해."

'멤논'이라는 용병대장과 힘겨운 전투
할리카르나소스를 정복하고 난 어느 날, 알렉산드로스의 천막 밖에서 흥분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바보같은 일로 폐하를 방해할 수 없다."
그를 제지하는 보초병의 목소리도 들렸다. 대왕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
밖에는 페체타이로이 보병대이 한 청년이 서 있었고, 아무런 계급장을 달고 있지 않은걸로 보아 그는 일반 병사였다.

"왜 그러느냐?" 대왕이 물었다.

"저는 에우데모스 입니다, 폐하. 드라베스코스 출신입니다. 폐하, 저는 출발하기 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아내와 겨우 두 주일을 함께 보냈고 그 이후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저는 우리가 마케도니아에 돌아가지 않을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동쪽으로 가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

"그렇다. 사실이다."

알렉산드로스가 대답했다. 젋은 병사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넌 대왕과 동료들을 따르는데 기쁘지 않는것 같구나."

"아닙니다, 폐하. 저는 그저......"

"네 아내와 잠을 자고 싶다는 말이지?"

"사실을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많은 병사들이 저와 똑같은 입장입니다. 저희 가족은 제가 전쟁터로 떠나기 전에 결혼하기를 바랐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후손을 남기기 원한거지요...... 사람 일은 모르지 않습니까?"

알렉산드로스가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내게도 결혼하고 떠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왕이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특권은 내가 원할 때 결혼할 수 있다는 거지. 자네 부대의 병사들 중 결혼한 병사가 모두 몇 명인가?"

"693명 입니다."

"저런 벌써 수까지 알아두었구나."

"동료들이 자네를 대표로 선발했나?"

"그렇습니다."

"어째서 자넨가?"

"왜냐하면......"

"주저하지 말고 말하라."

"제가 성벽이 무너진 뒤 제일 처음 돌파구에 발을 디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파성추에 성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불타고 있는 공격탑에서 맨 나중에 뛰어내렸기 때문입니다."

"페르디카스 장군이 그런 용감한 병사가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름은 말해주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너를 알게되어 영광이다, 에우데모스. 그리고 기꺼이 너와 네 동료들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겠다. 각각의 병사에게 1백 스탙테르를 지급하고 두 달간의 휴가를 주도록 하겠다."


감격한 병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폐하, 저는......"

그가 말을 더듬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폐하"

"돌아올 때 다른 전사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개인당 1백명씩 데려와야 한다. 기병이든 보병이든 상관없다."

"제 말을 믿으셔도 될겁니다. 저희가 데려올 병사들이 벌써 이 곳에 정렬해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이제 가보도록 해라."

병사는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할지몰라 그 자리에 꼼짝않고 서 있었다.

"왜 그러느냐? 네 아내에게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 않았느냐?"

" 그랬습니다. 하지만 폐하께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

알렉산드로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보석상자에서 작은 카메오 메달에 아르테미스 상이 새겨진 황금목걸이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병사에게 주었다.

"부부와 어머니를 지켜주는 여신이다. 네 아내에게 줘라. 선물이다."

병사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꾸 목이 메어왔다.

"고맙습니다, 폐하"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르디움의 신전에는 미다스 왕의 마차가 있지. 수레의 골채에 멍애가 묶여 있는데 그 매듭은 아무도 풀수가 없어. 그 옛날 신들의 대모(大母)가 그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지배할 거라는 신탁을 내렸지." 


"아리스토텔레스 선생 말이 생각나는군. '문제에 해결책이 있는데 걱정을 하는 것은 쓸데 없는 일이다. 문제에 해결책이 없는데 걱정을 하는 것 역시 쓸데 없는 일이다.'라고 하셨지."


"(......) 부탁을 받은 사람은 그 순간부터 정말 우리 도시를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풀리지 않는 매듭옆에 무릎을 꿇고 않았다. 순간 검의 손잡이가 옆구리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신의 계시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로 그 때 천장의 채광창에서 한 줄기 햇빛이 들어와 그의 머리카락을 황금빛으로 빛나게 만들었고, 이마에 맺힌 탐방울이 빛에 반짝거렸다.

  순간 숨죽인 침묵을 뚫고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 대왕이 검을 칼집에서 꺼내는 소리였다. 알렉산드로스는 검을 쥐고 힘차게 고르디움의 매듭을 내리쳤다. 칼날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밧줄은 정확히 도 동강이 나버렸다. 매듭에서 풀려나용 멍애가 메마른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대왕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알렉산드로스는 검과 창으로 얻어낸 전쟁터에서의 명성이 전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 때문에 위협받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왕은 셀레우코스와 프톨레마이오스, 크라테로스와 페르디카스를 보았다. 그들의 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당혹스러움과 동요 뿐이었다.


  "용기란 신들이 소수의 사람에게만 내린 선물임을 나는 알고 있다. 신들은 네게 그런 용기를 허락해주시지 않았지. 대신 신은 다른 선물을 네게 주셨다. 지혜와 재치, 그리고 신의 같은 것 말이다.

"저를 죽이지 않으신다는 말입니까?"

에우몰푸스가 물었다.

"죽이지 않겠다."


페르시아 주둔군의 압제에 시달리던 시돈의 주민들이 알렉산드로스의 도착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 고유의 제도를 복원시키겠다는 알렉산드로스의 약속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시돈은 그 동안 통치해왔던 왕조의 대가 끊겨 새로운 왕을 선출해야 했다.

"이 일을 자네가 맡는게 어떻겠나?"

알렉산드로스는 헤파이스티온에게 제안했다. 헤파이스티온은 신분을 속인 채  시돈을 돌아다녔다. 통역관과 함께 선술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고관들의 집에서 벌어진 장교들의 만찬에 초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헤파이스티온이 통역관을 대동하고 해안가 돌담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돌담 위로 온갖 종류의 나무잎사귀가 보였다. 아름드리 레바논 삼목들, 회색 가지를 내뻗은 오래된 무화과 나무들, 폭포수 같은 피스타치오 나무들이었다. 헤파이스티온은 담 너머를 흘깃 보았다. 그리고 자기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넋을 잃었다. 각양각색의 과수들, 샘과 시냇물, 생전 처음 보는 선인장들이 잘 다듬어진 울타리 안에 있었다.

  " 라조스라는 리비아이 도시에서 온 것들입니다."

통역관이 설명했다. 한 남자가 퇴비를 가득 담은 수레와 함께 나타났다. 그는 식물 하나하나에 정성스레 거름을 주었다.

  "페르시아 총독에게 대항해 시민들이 봉기 했을 때 반란자들이 이 정원에 불을 지르려 했습니다."

통역관이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저 남자가 울타리 앞에 서서 그런 짓을 하려면 먼저 자기를 죽이라고 말했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헤파이스티온이 단언했다.

"저 사람이 왕이다."

"정원사가요?"

통역관이 놀라 물었다.

"그렇다. 자기 소유도 아닌 정원의 식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백성을 보호하고 도시가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위해 무슨 일이든 못하겠나?

그 정원사의 이름은 압달로미노스 였다. 그는 훗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뛰어난 왕으로 기억되었다.


2013. 9. 22(일요일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