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612.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인디고, 2017

햇살처럼-이명우 2020. 8. 25. 12:30

612.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인디고, 2017

 

안드라 왓킨스가 걸었던 나체즈 길.

미시시피 주 끝 루지애나 주 경계의 나체즈에서 미시시피 주, 알라배마 주 플로랜스, 테네시 주 내슈빌까지 총 714km

 

  다들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소중한 사람들을 붙들라고, "그걸 못한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같이 할 수 잇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아빠인 로이 리 왓킨스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빠는 나체즈 길에서 겪는 온갖 어려움과 싸우며 나아갔고, 자신만의 독특한 기쁨을 3개 주에 퍼뜨렸다.

  함께 모험을 떠나자는 나의 제안을 들어준 것에 감사한다. 또 잊지못할 모험이 되도록 기울여준 모든 노력에도 감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책 판매원이 되어 내 책을 팔아주었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프라이드 치킨을 찾아 냈으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아빠가 되어 준 것에 감사한다. 아빠는 나에게 날마다 선물이다.

  "아빠, 사랑해요."

 

  "이해해요. 하지만 전 지난 주에 이 길을 걷는게 경주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어서 끝내려고 서두르는 식으로는 이 여정을 제대도 경험하지 못해요. 아시겠어요. 빛에 따라 변하는 색을 보고 새와 동물의 노래소리를 듣ㄱ 산들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요."

 

  나중에 우리의 정감어린 대화가 그리워질 때 재생하려고 대화하는 장면을 정감어린 대화가 그리워질 때  재생하려고 대화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려 했지만 그 때마다 아빠는 잔뜩 얼어 붙었다. 하긴 아빠라면 억지로라도 내가 기억하게 만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억은 아빠를 고스란히 포착하기엔 부족할 터였다. 

  사람들은 목소리의 뉘앙스를 잊는다. 사진은 주름살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 나는 아빠의 말투를 적어서 연습한 뒤에 아빠의 목소리와 버릇을 놀렸다. 그러나 결코 아빠를 그대로 만들어 내지는 못하리라. 기억의 우물은 사람을 다시 만들 정도로 깊지 않다.

  

  한시간 한시간이 지나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 기쁨에 대한 교훈이 담겨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관 앞에 서서 "우리가 그것을 같이 못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중얼거릴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 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다.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에 구멍이 사라지고 빛을 발한다. 속에 담아 둔 소원을 끄집어 내 이루며 후회없이 사는 게 진정한 삶이다.

 

  나는 형편없이 낮은 봉급을 받고 세상의 인정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려고, 내가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는 깨달음에 솟구치는 눈물을 참으려고 눈을 깜박거렸다.

 

  미루다가는 정말로 늦어 버린다. 추억을 쌓을 기회가 영영 사라진다. 

 

* 2017년 생일 날 둘째가 사준 책.

 

2019.1.19.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