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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소를 찾아가는 열 가지 이야기(THE STONE BOY AND THE OTHER STORIES)

햇살처럼-이명우 2006. 7. 29. 17:54
 

21. 소를 찾아가는 열 가지 이야기(THE STONE BOY AND THE OTHER STORIES)

틱낫한, 나무심는사람,2004


“하얀새” 

  언제인가 들었던 불새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한 자기 몸을 바쳐 늙은 나무를 살리는 ‘살신성인’의 이야기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스스로의 판단으로 의로운 일을 하고 불길 속에 사라져간 하얀새, 틱낫한 스님의 제자 ‘닛치마이’를 기리는 글이다.


“무사의 돋보기”

  교만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리는지, 자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우화다. 누가 무어라 하지도 않았지만 본인 스스로 자각해야한다. 그리고 또 스스로 교만에 빠진다. 나의 교만의 덫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음에도 나는 스스로 알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이가 많다.

  스승이 전해준 작은 ‘메고’라는 돋보기는 ‘마귀 식별기’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을 통해 들여다보면 허울을 쓰고 나타난 마귀와 악령의 참모습을 불 수 있다. 많은 마귀를 물리치고 젊은 무사는 스스로를 ‘무적의 무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언제부터인가 그는 참된 성자를 보고도 기쁘지 않고, 마귀를 보아도 분노하지 않았다. 아니 마귀나 괴물들의, 그 흉측한 몰골들이 오히려 친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돋보기는 그의 주머니에서 잠만 자고 있었다. 젊은 무사는 산으로 돌아가서 스승님에게 이유를 여쭈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가서 스승님의 오두막 문을 열었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다음날 사제와 같이 물을 길으며,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돋보기로 바라본다. 자신의 얼굴이 바로 마귀의 얼굴이었다.


  열 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가 쿠룽산의 소나무인 것 같다.


  16년 전, 트리후옌 스님은 어느 고찰에서 학승일 때 ‘카니쉬카’라는 이름의 스님을 만났다. 온몸에 종기가 돋아서 악취가 나는 카니쉬카 스님을 2년간 씻고, 옷을 세탁하고, 피고름을 소금으로 씻어주고 깊이 배려했다. ‘카니쉬카’ 스님이 떠나면서 “지금 헤어진다고 해서 우리의 우정이 끝난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것입니다. 우리가 도를 닦는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 밖에는 다른 어떤 이유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서 “다시 만날 인연이 있으면, 비록 우리가 피하려 애쓴다 하더라도 꼭 다시 만날 겁니다. 이 생애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다 이룰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사오십년 후에 당신은 가혹한 시련을 당할 것입니다. 그때 저를 기억하고, 쿠룽산으로 오십시오. 기슭에 서서 고개를 드십시오.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선 소나무 두 그루가 보일 것입니다. 거기로 오시면 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쿠룽산입니다.”

  그 후 트리후옌 스님은 박학과 지혜와 달변으로 세상에 널리 이름이 알려지고 국사가 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고작 마흔 셋이었다. 그러나 모든 영광은 마흔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끝난 거와 다름없었다. 묘법연화경을 강론하는 마지막 날 높은 연단을 세우고 국왕이 국사에게 연단에 오르라고 권했다. 연단위에서 내려 보는 어느 한 순간, 눈 한번 깜박일 사이에 그는 마음이 오만해지는 것을 느꼈고,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상한 불기운이 얼굴에 확 끼치며 악마가 몸속에 들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허벅지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자 왕은 국사를 연단에서 모셔 오게 하고 <묘법연화경>법회는 취소되었다.

  그 로부터 일 년 동안 수많은 의사들과 시종들의 시중을 받았으나 낫지 않자 길을 떠난다. 쿠룽산으로...  가는 길에 팝반사의 문 앞에서 탐테스님의 호의를 받는다.

  마침내 쿠룽산에 도착해서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그를 치료한 것은 타락한 자신에 대한 자각과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자신을 온전하게 깨달은 결과였다.

  깨달음을 얻으면 미래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힘이 정말 생기나 보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교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들꽃 한 다발‘에 나오는 조상의 보물에 대한 내용도 가슴속에서 곱씹어 볼 내용이었다. 아버지에게 두 눈과 두 팔을 바친 지선공주의 효에 대한 향산의 보살로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수련이며, 경지이다.


2004.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