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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복거일의 영어공용론), 복거일, 삼성경제연구소,

햇살처럼-이명우 2008. 11. 18. 09:17

45.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복거일의 영어공용론), 복거일, 삼성경제연구소, 2003

 

  3천년기의 '지구제국'이라는 공간적 맥락에서 너른 고찰이 필요하다. 모국어에 관한 한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반응을 보인다. 따지고 보면, 모국어를 신성한 것으로 만든 것은 근대 유럽의 민족주의였고, 세계를 정복한 유럽문명이 수출한 것들 가운데 아주 성공적인 것은 민족주의였다.

  역사적으로 국제어가 된 언어들은 모두  제국의 출현에 힘을 입어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제국의 성립은 잠재적 망 경제의 크기를 단숨에 늘리며, 제국은 그런 잠재적 이익을 실현할 의욕과 능력을 갖춘 정치체제다. 그런 상황에서 제국의 건설을 주도한 민족이 쓰는 언어는 쉽고 빠르게 망 경제의 혜택을 입게 된다.

  바빌로니아 상인들과 페르시아제국의 언어였던 아람어(Aramaic), 중국문명의 언어로 2천년 넘는 세월에 동아시아의 국제어였던 한문, 고대 그리스 문명권의 언어였고 알렉산드로스(Alexandros)대왕의 정복으로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쓰인 그리스어, 로마제국의 언어로 2천년 동안 유럽의 국제어였던 라틴어, 그리고 사라센 제국의 공용어였던 아랍어는 그렇게 제국의 성립에 힘입어 국제어가 된 대표적 예들이다.

  19세기의 '영국 중심의 평화(Pax Britannica)'와 20세기의 '미국중심의 평화(Pax Americana)' 덕분에 영어가 그런 임계질량을 얻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영어는 국제어의 자리를 차지했고 이제는 망 경제의 이익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물론 그런 이익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고, 영어는 국제어로서의 자리를 더욱 굳힐 것이다. 득히, 큰 뜻을 지닌 사실은 지금 거의 모든 중요한 지적 산물들이 영어로 씌어지거나 번역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영어로 번역되기 전에는 다른 언어로 쓰여진 어떤 저작도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안는다. 근년에 인터넷이 중요한 통신경로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되었다. 현재 셰계의 컴퓨터들에 저장된 정보들의 80%는 영어로 수록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정부들의 70~80%가 영어로 표현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들 가운데 과학적 주제들은 거의 모두 영어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차지하는 자리를 생각하면 이 사실은 영어의 밝은 앞날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어의 침투는 활발해서 조선어의 앞날에 그늘을 던지고 있다. 영어 낱말들은 여러모습들로 조선어 속으로 들어온다. 'stapler'가 미국 기관총회사인 호치키스(Hotchkiss)'로 'trench coat'가 영국 피복회사인 '바바리(Burberrys)'로 알려진 것은 고전이다. 요즘은 영어낱말을 차용해서 새로운 사물들을 지칭하는 관행이 있다. 이름 있는 제조회사를 '메카(Maker)'로 , 온상을 '하우스(house)'로, 고기파는 음식점을 '가든(garden)'으로 휴대용전화기를 '핸드폰(handphone)'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핸드폰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말은 아니며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도 쓰인다. 'mobile'은 널리 쓰이지 않고, 대신 나라마다 영어에 바탕을 두고서 자기식으로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선 'handy'란 말이 쓰이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pelephone', 프랑스 사람들은 'portable',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은 'celular'를 쓴다. 스웨덴 사람들은 'yuppie의 teddy bear'라는 뜻의 'yuppienalle'를 쓴다. 정작 미국 사람들은  'cellphone'을 많이 쓴다)

  우리 시민들이 그렇게 영어낱말들을 차용해서 쓰는 현상은 설명하기도 어렵고, 언어의 품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특히 큰 문제가 된다.

  궁극적으로 영어가 단 하나의 국제어로써 세계의 모든 사회들에서 거의 모든 부면들이 쓰일 것이다. 영어의 그런 융성은 민족어들이 설 자리를 좁혀서, 민족어들은 점점 활력을 잃고 일상 생활에서 내몰릴것이다. 그리고 많은 민족어들이 사라질 것이다. 현존하는 3천내지 6천개 가량의 언어들 가운데 100년 안에 반이 쇠멸하리라고 추산하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추산에 따르면 적어도 300년 동안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언어들은 스페인어, 중국어, 그리고 영어 뿐이다.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그리고 이탈리아어 같은 중요한 언어들도 그 뒤로는 지역적 방언들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우리의 결정을 위한 참고사항

 

1. 국제어의 습득은 아주 중요하고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말을 바꾸어서 국제어인 영어의 가치는

   다른 어느 민족어의 가치보다 크고,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다. 

2. 사람들이 지닌 언어능력은 특정한 언어에 매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신이나 당신의 자식들은 어떤

   언어도 거의 비슷한 비용을 들여 배울 수 있다.

3. 일단 영어가 아닌 민족어를 모국어로 배우면, 뒤에 아무리 큰 투자를 해도, 영어를 제대로 배워서 잘 쓸 수

   없다.

 

위의 세가지 사실들에서 도출되는 하나의 합리적인 방안은 물론 국제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갖는 것이다. 다른 길은 없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

 

05. 03.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