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50. 책문 , 김태완, 소나무, 2004

햇살처럼-이명우 2009. 1. 3. 14:22

50. 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 김태완 풀고 쓰다, 소나무, 2004

 

  읽고 싶은 목록에서 제법 있었던 책이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서 임금이 직접 물은 질문에 두려움없이 날카로운 대답을 써서 제출하였고, 그 중 15명의 답안지를 풀어서 실었는데 속이 후련한 대목, 선비의 날카로운 판단과 대답이 압권이다.

 

  과거제도는 수나라 문제(文帝 581~604) 때 처음 실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광종(949~975)때 중국 후주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로 958년에 처음 실시되었다.

  과거시험에는 문과, 무과, 잡과가 있다. 문과는 다시 소과, 대과로 나뉜다. 소과는 예비시험과 마찬가지인데 사서오경을 시험하는 생원과, 시와 부 등의 문장력을 시험하는 진사과가 있다. 소과에 급제하면 초급관리가 되거나 성균관에 들어가 학문을 더 연마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하지만 소과에 급제한 사람이 정식으로 고급관리가 되려면 반드시 대과를 보아야 한다.

  대과는 소과를 치른 생원이나 진사, 또는 성균관 유생들이 치르는 본격적인 시험이다. 대과의 종류에는 간지로 子 자가 들어가는 해부터 3년마다 정식으로 치러지는 식년시(式年試), 나라에 특별한 경사가 있을때 치는 증광시(增光試), 그리고 임금이 공자와 선현들을 모신 문묘를 참배하고 나서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알성시(謁聖試) 등의 별시가 있다.  알성시처럼 하루에 치르는 시험을 빼고는, 식년시나 별시의 최종시험에는 반드시 책문을 지어서 합격해야 한다. 대과의 초시와 복시를 거쳐서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 다만 33명이 남는다. 이들은 더 이상 탈락하지 않는다. 다만 등수만 결정된 뿐이다.

  이들이 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시험인 전시(展試)에서 치르는 시험이 바로 책문(策問)이다. 원칙적으로는 대책(對策), 표(表), 부(賦) 등 10과목 가운데 한 편을 출제하게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대책(對策)이 가장 많이 출제되었다고 한다.

 

  부(賦), 표(表), 책문(策問)

- 부(賦) : 미사여구를 대구형식으로 현란하게 구사하면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한문학의 장르, 문답이나

              장단구를 써서 산문적 내용을 술회하는 글이지만, 시처럼 압운이나 평측을 따르기 때문에 운문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 표(表) : 대표적인 것이 제갈량의 出師表가 유명하다. 표는 원래 임금에게 자신의 생각을 건의할 때 쓰는 글,

              시사적인 일을 논하거나 간할 때, 남을 추천할 때, 특별한 공을 세웠을 때, 탄핵을 할 때도 쓰였다. 

- 대책(對策) : 시험으로 나온 문제에 대해 "대책과 정략"을 진술하는 글

 

  유가적 관점에서 보면 현실은 도리를 실현하는 장소이다. 정치는 바로 그 도리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행위이다. 하늘과 땅은 사람을 비롯해 모든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은 만물을 낳기만 했을 뿐,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만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연을 다듬어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문화를 창조함으로서, 비로소 하늘과 땅의 만물창조가 의미를 갖게 된다. 문화를 창조하는 이런 행위가 정치이고, 정치가 바로 실현하는 행위이다. 도는 사람이 자연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길이다. 이 삶의 도리를 먼저 깨달은 사람이, 정치적이자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어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강희맹

"좋은 인재가 주위에 많기를 바란다면 인재가 저절로 찾아들도록 먼저 자신을 닦아야 한다."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가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모든일을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입니다.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면, 탐욕스런 사람이나 청렴한 사람이나 모두 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한다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은 쓸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쓸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재능있는 사람만 찾아서는 안됩니다. 장점을 취하면 누구라도 쓸 수가 있습니다. 아주 어리석은 사람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단점만 보완하면 누구라도 쓸 수가 있습니다.

 

  "세상이 무사태평할 때는 높은 대신의 말도 기러기 깃털처럼 가벼운 취급을 받는다. 세상에 일이 생기면 보통사람의 말도  태산처럼 중요한 취급을 받는다."  소식(蘇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