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TOMAS L.FRIEDMAN, 창해,2003 독서록 제4권(52~68)
세계는 열한살이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그 두께가 벌써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세기에 걸친 분석과 현상을 고찰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하려넌 스케일에 우선 놀라고, 그런 대부분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대화하고, 목격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니 지은이 프리드만의 해박함에 또 한번 놀란다. 그의 독서량 또한 놀랍다.
이런 류의 책으로는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1500년대부터 2000년까지의 경제변화와 무력갈등]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 로버트 D. 케플런의 여러 수필집과 저서들. 새뮤얼 P.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세계질서의 재편]이다.
예컨대 캐플런의 보고내용은 지구상의 어두운 부분만을 본데다, 이들 상황을 지나치게 일반화시켜 나머지 세계의 운명까지도 매우 암울하게 예측하고 있다.
헌팅턴은 세계 곳곳의 문화적 갈등현장을 보고 "문명간의 충돌" 을 예견했다. 이에 비해 후쿠야마는 '사회를 구성하고 조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써 자유주의와 자유시장자본주의가 승리해 보편적 가치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했다.
냉전시대의 핵심잣대는 무게, 질량, 특히, 핵미사일의 발사중량이었다. 세계화시대의 특징적인 잣대는 속도, 상업, 여행, 통신 그리고 혁신의 빠르기다. 냉전은 아인슈타인의 E=MC² (질량과 에너지등식)을 중심으로 운영된 경향이 있었다. 세계화시대는 무어의 법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실리콘 칩들의 연산등력이 18개월 내지 24개월 마다 두배로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가격은 종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법칙이다.
1992년 5월 일본에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나는 처음으로 세계화에 대해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생각했다. 시속290KM로 달리는 기차안에서 초밥을 먹으며 도쿄 서쪽의 아이치 현 도요다市를 향해 가고 있었다. 도요다 자동차의 최고급 승용차 렉서스를 만드는 공장에 대해 취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이날 공장 방문은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당시 이 공장에는 66명의 사람과 310개의 로봇이 매일 300대의 렉서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내가 파악하기로는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단지 몇명만이 실제로 볼트나 너트를 조립하거나 혹은 용접등의 생산업무에 종사하고 있을 뿐, 사실상 거의 모든 일을 로봇들이 수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공장 내 자재운반도 로봇트럭의 몫이었다. 이 로봇트럭은 앞에 사람이 있을 경우 스스로 이를 감지해 길을 비켜달라고 "삐삐삐" 소리를 냈다.
공장을 다 돌아본 뒤, 도요다市로 돌아가 도쿄행 신칸센열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 신칸센은 영어로 총알열차(BULLET TRAIN)라고 하는데, 나는 그 열차 안에서 초밥을 먹으며, 그날 나온 [헤럴드 트리뷴]을 펼쳐들었다. 제3면 오른쪽 맨 위에 실린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국무부 브리핑관련 기사였는데 마가렛 터트와일러 대변인의 발언이 중동지역의 감정대립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1948년에 있었던 국제연합(UN)에서의 한 결의안에 대해 자신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이야기 했었다. 지금 그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랍인과 이스라엘인들 모두를 분노케했던 벌언이었던 것 만큼은 확실히 기억난다. 이 UN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결국 시속290KM로 달리는 세계 최신의 기차안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낙후된 세상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던 셈이었다.
내가 방문했던 렉서스 공장의 일본인들, 또 내가 지금 타고 있는 기차를 만든 일본인들은 로봇을 활용해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만들고 있다. 반면 [헤럴드 트리뷴]의 제 3면 머리기사에서 보듯, 내가 베이루트와 예루살렘에 살면서 그토록 오랫동안 같이 지냈고, 그래서 내가 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아직도 올리브나무를 놓고 서로 제것이라고 싸우고 있었다.
내 생각이 여기에 미치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실제로 냉전 이후 시대의 꽤 좋은 상징물로 생각되었다.
2005.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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