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호질, 양반전,허생전(외) , 박지원 外 , 범우사, 2005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조선시대 실학자, 소설가, 子는 仲美, 호는 연암, 본관은 반남. 홍대용, 박제가와 함께 북학파의 영수로 청나라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열하일기(熱河日記)>는 당시 보수파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정치, 경제, 천문, 지리, 문학 등 각 방면에 걸쳐 청나라의 신문물을 서술하여 그 곳의 실학사상을 소개했다. 또한 10편의 주옥같은 한문소설을 써, 독특한 해학으로 고루한 양반과 무능한 위정자들을 풍자하는 등, 독창적인 사실적 문체를 구사해서 문체혁신의 표본이 되었다. 죽은 뒤 정경대부에 추증되었다.
호질(虎叱)
정(鄭)이라는 고을에 벼슬에 욕심내지 않는 선비가 있었는데 그를 북곽선생이라 불렀다. 나이 40에 손수 교서한 것이 1만 권이요, 구경(九經)의 뜻을 부연하여 다시 저서한 것이 1만5천권이나 되었다. 한편 그 고을 동쪽에 얼굴이 아름답고 일찍 과부가 된 자가 있었는데 그를 동리자라 불렀다. 동리자가 수절(守節)을 잘 했으나 자식이 다섯이 있었고 각각 그 성이 달랐다.
어느날 북곽선생이 동리자 방에서 시전을 외운다. 이때 다섯 아들이 이를 듣고 "예법에 과부의 문에는 들어가지 않는데, 더구나 북곽선생처럼 어진이가.... 정읍에 여우가 1,000년을 묵으면 능히 사람으로 변한다고 했는데 그 여우가 북곽선생으로 변한게 아닌가"
"내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는자는 집에 천금의 부를 누리고 여우의 신을 얻는자는 능히 대낮에도 모습을 감출 수가 있으며, 여우의 꼬리를 얻는자는 남에게 잘 보여 사람들이 기뻐한다고 하니 이 여우를 죽여서 갖자."
이에 다섯 아들이 함께 포위하자 북곽선생은 크게 놀라 달아났으나, 남이 자기를 알아볼까 두려워 팔을 목에 감고 귀신처럼 춤을 추고, 귀신처럼 웃으면서, 물을 나서다가 자빠져서 들판의 웅덩이에 빠져 더러운 것이 몸에 가득했다. 여기에서 억지로 헤쳐나와서 머리를 들고 쳐다보니 범이 바로 앞에 와 있었다.
북곽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세번 절하며 미사여구를 늘여놓으며 살려달라고...
범은 논리적으로 북곽선행의 아첨, 성품, 양반의 모순 등을 꾸짖는다.
양반전(兩班傳)
강원도 정선에 한 양반이 살았다. 그는 서품이 무척 어질고 글 읽기를 매양 좋아했다. 이 고을에 부임해오는 군수(郡守)는 으레 이 양반을 찾아가 그에게 두터운 경의를 표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었었다. 그러나 워낙 집이 가난해서 여러 해 동안 꾸어 먹은 관곡이 1천석이나 되었다. 이 때 관찰사가 고을을 순행하다가 관곡을 조사해보고는 고을 군량을 축낸 양반을 잡아다 옥에 가두었다. 이 소문을 들은 동네의 부자가 관곡을 자기가 갚아주고 양반의 신분을 사기로 하고 양반의 빚을 갚아주었다.
군수는 영문을 몰라 양반을 찾아가 까닭을 물었다. " 황송하옵니다. 소인이 양반을 팔아서 관곡을 갚은 것이옵니다. 하오니 이제부터는 저 건너 부자가 양반이옵니다. 소인이 어찌 다시 옛모양으로 거만하게 굴 수가 있겠습니까?"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말한다.
이런 겸손함과 사람됨을 높이 산 군수는 계약증서를 만들어야한다고 자기가 증인이 되겠노라며 동헌東軒 뜰에 고을 사람을 모두 모아 놓고 그 계약서를 읽는다.
" .... 새벽 오경이면 일어나 촛불을 돋우고 앉아서 눈으로는 코 끝을 내려다보고 무릎을 꿇어 발꿈치는 궁둥이를 받친다. <동래박의>를 마치 얼음위에 박이 둘러가듯 술술 외워야하고, 배고픈 것도 참고, 추운 것도 참고, 가난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않고 밥먹을 때는 맨 상투 바람으로 먹지않고...주먹으로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종놈을 '죽일 놈'이라 꾸짖지 않는다.....이러한 100가지 행동이 양반들과 틀릴 때에는 이 문서를 가지고 관청에 가서 고치게 할 것이다."
이에 양반을 산 부자는 머리를 싸매고 달아나 버렸고, 다시는 '양반'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200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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