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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지중해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

햇살처럼-이명우 2015. 7. 29. 20:32

472. 지중해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

프롤로그

이탈리아

  성 프란체스코

  무솔리니

이집트

  나일강

  카이로

  피라미드

  상이집트

  우리 시대의 삶

  시인 카바피스

시나이 반도

  시나이

  편지

예루살렘

  약속의 땅을 향하여

  예루살렘

  파스카

  오마르의 모스크

  히브리인들의 한탄

  약속의 땅

키프로스

  아프로디테의 섬

 

「단어들아! 단어들아! 달리 구원이 없다! 내게는 납으로 만들어진 스물 네 개의 꼬마병정 외에 아무것도 없다. 이들을 동원하리라. 군사를 일으키리라. 죽음을 정복하리라!」

죽음을 정복할 수 없다는 건 누구도 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승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향한 몸부림에 있다. 좀 더 분투하다 보면 <승리>를 향한 몸부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보상을 비웃으며 용감하게 살다 죽는 것 - 인간의 가치는 오직 이것 뿐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훨씬 더 힘든 것이 있으니, 당신을 기쁨과 긍지와 무용(武勇)으로 채워줄 보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탈리아

<청빈부인>

청빈, 순종, 순결이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위대한 덕목이 되었다.

 

「여보게, 자네가 오늘 찬송가 책을 가지고 있다면 내일은 기도서를 가지고 싶을 것이며, 결국 높은 걸상으로 올라가 자네의 형제에게 <기도서를 갖다 달라>고 소리치게 될걸세」 소유욕, 배움에 대한 갈망, 자만과 불복, 여자 - 이런 모든 악의 늑대들이 성인의 수도처로 기어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역경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고통속에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운명의 여신은 젊은이들을 연모한다. 그 이유는 젊은이들이 그녀를 숭배의 태도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괴테시대에 여행을 하고 있었다면, 크고 시원한 교회들에서 솟아오르는 새로운 화음을 즐기고, 황홀경에 빠진 젊은 그리스를 삶과 죽음의 신비로 입문시키는 사제들의 슬기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희열로 전율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기계와 굶주림에 예속된 인간의 영혼이 빵과 자유를 위해 몸부림치는 시대에 여행을 하고 있다. 오늘날 이 노동자의 절규 - 술과 담배와 증오로 상해버린 목소리 - 는 지상전체의 절규이다. 이 가슴 저미는 외침이 내가 이집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여행하는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안내했다.

 

아멘호테프('아몬신이 만족하심'이라는 뜻)는 아몬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태양신의 영광>이란 뜻의 <아크나통>이로 개명했다. 그리고 아몬의 도시였던 테바이를 버리고, 테바이와 멤피스 중간에 수도를 세웠다. 오늘날 텔 엘 아마르나로 알려진 언덕 근처에 세워진 이 도시는 <아론의 지평선>이란 뜻의 아케트 아톤으로 명명되었다.

 

강요라는 것은, 다시 말해 나를 행동으로 향하게끔 만드는 이론의 강요란 뜻입니다. 누구든 인간 행위의 진화를 이론적으로 고찰하다 보면 정신적 요소도 역사의 강력한 지레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론을 포기하고 행동으로 뛰어드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요소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걸어다니고 건물을 세우고 할 견고한 땅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그는 신비스럽고 위험한 다의성(多義性)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성 카타리나 수도원 시나이 산 정상 「살람 알레이 쿰(당신들에게 평화가 내리기를)」

 

베두인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면서도 손님 접대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은 굶주려도 먹지 않고, 낯선이에게 대접할 것을 항상 천막에 보관해 둔다. 그들은 배가 고파도 절대 구걸하지 않는다.

 

「기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붓다는 말한다. 「육신의 기적과 영혼의 기적. 나는 전자를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후자이다.」

 

조르바는 늙은 광부이다. 용맹하기 그지 없는 영혼, 번개 불과 같은 섬광과 깊은 균열들로 가득한 정신의 소유자 이다.

<내 법에 의하면, 나는 신을 두려워하지 않소. 죽음도 두렵지 않소. 내가 아무것도 아니듯, 죽음 또한 아무것도 아니니까. 제 아무리 거대한 자연의 힘도 나는 두렵지 않소. - 대홍수, 지진, 병마, 여자, 그런 것들이 무슨 짓을 하든 나는 껄껄 웃어버릴 뿐이오......

 

신은 주연에 빠지고 살인하고 불의를 범하오. 그도 나처럼 사랑하고 일하고 여자를 쫓아다니지.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아무 여자나 마음대로 취하오. 아름다운 여인이 시원하게 솟는 물줄기처럼 지상을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마음은 기쁨에 차오르지. 그런데 난데없이 땅이 열리고 여인이 사라져버렸소. 그녀는 과연 어디로 갈까? 누가 그녀를 데리고 갈까? 그녀가 정숙하나 여인이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오. <인이 그녀를 데려갔다> 바람기 있는 여자였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악마가 그녀를 데려갔다>

하지만 나는 신과 악마는 하나라 믿고 있소!

 

해발 2,646m  시나이 산맥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자리잡은 예배당 <성녀 카타리나 예배당>

 

「주인이란, 전 세례를 여행하고 나서 권총을 움켜잡고 자살하는 사람이다」  

 

폼페이의 파수병.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의무다.

도시의 가장 바깥쪽 문을 지키는 파수병만이 지정받은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는 연기에 질식되지 않으려고 망토를 가만히 들쳐올렸을 뿐,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천8백년이 지난 후 그는 그 모습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투구를 쓰고 창을 잡고 입을 가린 채,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

 

붓다가 이런 말을 했다. 「공작 깃털 하나가 10만년에 한 번씩 화강암 산을 스친다 해도 그 산이 닳아 없어지는 날은 오게끔 되어 있다」

 

<생각은 삶의 방향과는 반대로 가는 노력이다. 영혼의 고양, 정신의 각성, 높은 것들을 향한 돌격, 이 모든 것들이 신의 의지에 반(反)하는 조상 전래의 큰 죄악들이다.>

 

2012. 6. 24(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