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 토다라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2008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5.
신들린 주술사 토다라바가 가면을 나누어 주었다. 그의 몸을 치장한 여러가지 색깔의 천 조각들이 나풀거리면서 흩어졌다 다시 모이곤 했다. 때로는 그 천 조각들 사이로 푸른 강철 빛을 번쩍이며 그의 크고 다부진 몸이 드러났다. 그의 목과 허리, 발목에서는 온갖 쇠붙이들, 열쇠며 못, 호루라기, 작은 종, 말굽들이 불길한 느낌을 주며 요란하게 쩔그렁 거렸다.
「가을 나무를 그리는 한 화가가 있어」 그녀는 혼자 만의 비밀스러운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는 듯 입을 열였다. 「그 화가가 진정 현대적이라면, 그리고 우리 시대의 끔찍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그가 그리는 나무는 오늘 날의 영혼 전체를, 모든 고난과 반항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어야 하겠지. 만약 쇠퇴하는 시기의 화가가 똑 같은 나무를 그린다면 그 나무는 심미적이고 세련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병적인 뭔가를 지니고 있을테고, 진정한 화가의 눈에는 나무의 이파리 하나하나가 자기시대 전체를 반영하는 거니까 말이야.
승려가 말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콧구멍을 닫고, 손가락을 닫으십시오. 정신을 닫고, 창자를 닫으십시오. 그러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굶주린 우리 영혼이 만들어낸 환영입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이 내 마음의 외침을 덜어줍니다. 나는 그 것으로 족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과 결혼해서 살 거예요."
"그를 사랑하는 이상, 당연히 그 사람한테 충실하겠죠. 하지만 사랑이 지나가면? 그 땐 그 사람을 떠날 거에요. 아니면 그 사람이 날 떠나거나. 감상에 젖어들거나 소란을 피울 시간이 없거든요. 튀겨먹을 고기는 얼마든지 있고요."
"젊은이, 난 신도 악마도 믿지 않소. 나는 인간을 믿소. 나는 다만 인간의 가장 깊은 에너지, 그 영혼에 호소할 뿐이오. 자네는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강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 이 세상에서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다."
"만약 그 사명을 완수하면 구원받게 된다. 이 남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떠맡은 그 사명을 매일매일 두려움 없이 고집스럽게 수행하고 있다.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사막을 1미터씩 정복할 때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이 1미터씩 사막에서 해방됨을 느낀다. 그가 개간하고 있는 것은 아스트라한의 초원이 아니라, 그 자신의 영혼이다......아! 나도 저 사람처럼 싸우면서 앞서 갈 수만 있다면~!
201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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