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치료에 독(毒)을 사용하듯, 가장 센 깃발을 들었다.
리뷰카테고리2017-11-29 15:26
http://booklog.kyobobook.co.kr/mwlee65/1743068 트위터 보내기 페이스북 보내기 신고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
[국내도서]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
저자 주하림
출판사 돋을새김 | 2017.11.28
정가 13,000 원 판매가 11,700 원 ( 10% ↓+5% P)
평점 내용 디자인
책속의 한문장 장바구니 담기
세상에는 많은 불평등이 존재한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성별로 구분할 수 있는 불평등이 있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도 있다. 이런 불평등 때문에 많은 부정적 결과가 만들어졌고, 그 사례는 이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세상은 변화했지만 역할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이로 인한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사례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남성 육아휴직과 가사분담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여성이 맞이하는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리 회사만 봐도 그렇다. 그런 만만하지 않은 현실을 향해 저자는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 약한 처방으로는 효과가 없는 고질병의 치료에 독(毒)을 사용하는 것처럼, 저자도 가장 센 처방의 깃발을 세우고 주장을 이어간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젠 정말 변화하겠구나' 하는 희망이었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책 속에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몇 장면 나오는데 꼭 나를 지목한것 같아 낯뜨거움을 느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노력 한다며 자위하지만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인 나는 아직까지 '분리수거를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이런 생활태도와 근 삼십년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에게 무척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정말 변화하겠구나'며 변화의 희망을 본 이유는, 불만 속에 침묵만하지 않고, 또 무조건 반대한다는 주장이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건전한 주장을, 저자는 출판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구분없이 이런 차별에 대항하는 여러가지 관점의 주장과 대안들은 계속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어설픈 일반화로 양분하는 대립과, 결론 없는 극단의 논쟁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관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도 북유럽의 평등사회를 누릴 수 있겠다는 희망. 적어도 내 후배들은 누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용기있는 주장을 하는 저자가 자랑스럽다.
저자의 '여자들아 군대 가자'라는 주장은 자칫 여성들에게 뭇매를 맞기 좋은 주장이다. 그렇지만 침묵 하지 않고 가능성 있다고 판단하는 내용에 대해서 자기 목소리를 바로 낼 수 있는 이런 젊음이 부럽다. 그리고 또 내 후배들, 내 아이들은 이런 자기 주장을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주장들이 거대한 흐름으로 뭉쳐져서 결국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내 자신도 이같은 진리를 머리로는 알고 술집의 안주거리로만 삼으면서 우물거리고 주저했지만, 이제부터라도 행동해야 겠다. 모든 이론은 행동으로 표출될 때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탁상공론을 우리는 가치없이 여긴다.
안보에 대한 논쟁은 저자의 이 표현으로 한 방에 정리된다. "군인이 단지 선택 가능한 직업 중 하나가 된다면, 극단적으로는 전쟁을 스타크래프트 경기하는 프로게이머들 중계방송 구경하듯 남의 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전쟁을 남의 일로 여긴다는 것은 결국 일반 국민들이 국방, 안보, 치안과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주제로부터 스스로 소외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지금의 여성이 그렇듯, 전문 군인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은 훈련받지 않고 전투하는 법을 모르게 되며 그렇게 약해진 국민들은 군대가 행여 나쁜 통치자에 의해 악용된다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활에 놓일 수 있다.p.93" 마키아벨리의 '스스로를 지키려 하지 않는자를 그 누가 도우려 하겠는가!'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안전을 자신에게서 소외시키는 사람은 보호받을 권리를 자연스럽게 상실한다.
또, "호수가 잔잔하고 고요해서 멋진 경치를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그 물이 얼마나 썩어있고 그 물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기들이 죽어가는지 따위는 상관없는가? p.9"라는 일갈에는 정신 번쩍 들었다.
대한민국의 오십대 남성, 꼰대라고 지칭되는 나에게 변화의 희망을 선물한 책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저자 주하림)>. 이 책의 일독을 강력히 추천한다. 멋진 대한민국 젊은이의 주장이다. 쉽게 읽히지만 굵직한 가시가 잔뜩 들어있으니 꼭꼭씹어가며 읽으시기 바란다.
햇살처럼 이명우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르틴 루터 - 한 인간의 운명, 뤼시앵 페브르, 이른비, 2017 (0) | 2018.01.04 |
---|---|
528.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강태경 역저, 새문사, 2009 (0) | 2017.12.01 |
527. 국가, 플라톤, 삼성출판사, 1989 (0) | 2017.09.14 |
526. 현실, 그 가슴뛰는 마법, 리차드 도킨스, 김영사, 2012 (0) | 2017.09.14 |
525. 역사의 연구2, 토인비, 삼성출판사, 1989 (0) | 2017.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