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宋代) 이후 다도(茶道)의 전문가들은 한 잔의 박차(薄茶)로 지미(至味)를 삼는다 했다. 박차가 지닌 섬세한 풍미는 번거로운 생각에 몰두해 있거나 주위가 소란스럽거나 하인들이 말다툼을 하고 있거나 또는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시중을 들려고 나오거나 하면 맛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경황없이 마시게 되기 쉬운 법이다. 차를 함께 마시는 상대도 수효가 적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차를 마시려면 손님이 많지 않아야 한다.
손님이 많아서 시끄럽고 요란스러워지면 차가 풍기는 고상한 매력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혼자서 차를 마시면 이속(離俗)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둘이서 마시면 한적(閑適)이라고 일컬어지며, 세 명이나 네 명이 함께 마시면 유쾌하다고 말해지고, 대여섯 명이 마시면 저속(低俗)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일곱 명이나 여덟 명이 어울려 마시면 경멸하는 뜻에서 박애(博爱)라고 불리어지게 마련이다.
-생활의 기쁨, 임어당, 문예출판사, 1999 중에서-
둘이서 차를 마시는 것을 한적(閑適)이라고 하는구나. 한가하며 자적한~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9. 알렉산드로스1, 발레리오 마시모 만프레디, 들녁, 2001 (0) | 2018.07.03 |
---|---|
천진을 추구하며 사는 삶 (0) | 2018.01.08 |
일자무식의 사람이라도 시취(詩趣)를 알면~ (0) | 2018.01.08 |
음식물은 본시 양생(養生)의 문제 (0) | 2018.01.08 |
2018년 첫 출근길에서 (0) | 2018.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