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많은, 꾸준한
나는 안영을 존경하지만 안영의 마부를 제일 좋아한다. '안영과 마부 이야기'는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속에 자기 계발에 대한 모든 것이 숨어있다. 자기 계발을 위한 지혜와 모범답안이 들어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짧지만 얼마나 힘든, 많은 노력을 꾸준히 했는지 짐작이 간다. 한 평생을 살아온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다시 되돌아가는 자신의 행동을 보고, 실망하고, 자책하고, 변화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결국 변화를 통하여 군자로 다시 태어난다. 개인의 혁신을 이루어 낸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경지에 이른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우리는 '힘든', '많은', '꾸준한' 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것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매일매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계발서의 모든 내용을 분석해보면, '주인공이 힘든 상황에 처했지만 이 힘든 상황을 많은, 꾸준한 노력을 다한 결과 성공에 이르렀다.'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단지 국가와 지역과 주인공의 이름과 나이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사뮤엘 스마일스의 <자조론> 한 권만 읽으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성공에 대한 답은 다 나와 있는데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전관리 또한 매일 매일의 실천으로 결과를 내는 지난한 활동이다. 안전관리 기법의 적용도 그렇고, 위험성 평가도 그렇고, 시스템 안전관리도 그렇다. 그런데 현장의 우리는 매일매일의 실천없이 안전관리 기법이 잘 안착되기를 바라고,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서 작동하기를 바라며, 시스템 안전관리가 현장에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제 내년도 안전관리 목표를 계획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재해율 목표는 의미를 상실했다. 국민생명지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망재해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일반 재해는 시비걸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망만인율을 목표로 잡기도 어렵다. 무재해를 목표로 하지않고 사망만인율을 특정한다면, 사망자 몇명 허용하겠다는 말의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표는 무재해로 정하고, 현장점검 몇회, 안전교육 몇회, 위험성평가 몇회, 확인평가 몇회 등등 활동 내용이 평가 가능한 계획을 세부실천계획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앗차사고 보고시스템도 매우 중요하다. 내 현장에서 사고가 나서 다칠뻔한 사고사례가 가장 중요한 안전관리의 시작인데 우리는 이를 매일 흘려버린다. 그리고 다른 현장의 사고사례를 가지고 안전교육을 한다. 이는 다른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고 나에게 수술과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의 진료와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나의 병이 호전되기를 바라고, 낫기를 기도한다. 그런 활동의 결과는 차라리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편이 더 확률이 높을 것이다.
앗차사고의 결과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것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힘든 활동이다. 또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니고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서 상호작용을 하는 어려운 활동이다. 하지만 이 노력을 꾸준히 해내지 못하면 안전관리활동의 결과인 무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기므로 현장의 사람 수가 많기때문에, 상호작용이 너무 많아서 어렵다고 엄살부릴 수 없다.
IDC's 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전지구적으로 새로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datasphere, 이 공간에서 2015년 하루 1인당 평균 상호작용이 218번인데, 2025년이 되면 약 20배인 4785번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을 감당 할 수 없는 시스템은 그것이 학교든 기업이든 국가든지간에 붕괴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원하든 원하지않든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고 있다. 아직 그 물결의 파고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않지만 배는 항해를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어도 개인은 자기계발과 꾸준한 노력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변화와 혁신을 위하여 힘든, 많은 꾸준한 활동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힘든, 많은, 꾸준한 활동은 상호작용에 의해 좌우된다. 개인과 개인간 또 개인과 조직간의 상호작용의 전제 속에서 개인은 자기계발의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조직은 안전관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스템 안전관리는 시스템 각각 구성원의 작동만 관리하면 되었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고있는 이제는 시스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까지 관리의 대상에 포함하여야 한다.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첫 단추로 나는 앗차사고사례보고시스템을 추천한다. 개인과 현장의 상호작용으로 앗차사고가 발생하고, 조직과 개인의 상호작용으로 보고를 하며, 관리자와 현장의 상호작용으로 개선이 이루어지고, 관리자와 개인의 상호작용으로 안전교육이 진행되어 꾸준한 상호작용의 실행된다면 안전관리의 목표인 무재해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가능하다면 이 상호작용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하면 좋겠다.
2천년 전에 매일매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힘든, 많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군자로 혁신한 마부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2년 뒤에 휴먼 플래그(Human flag, 철봉 기둥을 잡고 깃발처럼 수평으로 매달리는 철봉의 한 자세)를 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며, 오늘도 철봉에 매달린다.
2018. 9. 30. 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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