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 경험
산책. 집에서는 생각이 없다가도 밖으로 나오면 마음이 완전히 달라진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도 막상 밖으로 나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에는 생기가 돋는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책상에 앉아 아무리 현장을 생각한들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그런데 현장에 나와서 몸으로 부딪혀 보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에 더하여 몸으로 느끼는 것까지 추가되므로 해답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라고 하니 몸 하나만 생각하기 쉬운데 몸은 여러 가지 구성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구성품들은 각각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먼저 현장에 접근하려면 다리가 움직여서 걸어야 한다. 그러면서 다리는 발바닥을 통해서 바닥의 촉감을 느끼고, 기울기를 느끼고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으로 높낮이를 느낀다. 다리 나름대로 현장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다. 조금 걷는 속도를 내면 심장이 반응한다. 박동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다리가 조금 빠르게 움직이는데 심장이 반응 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많은 피들이 심장으로 몰리고 심장은 열심히 펌프질하여 그 피들을 몸 구석구석으로 보낸다. 바삐 뛰는 심장 박동은 내 호흡을 빠르게 만든다. 빠른 호흡으로 내몸속의 나쁜 공기와 숲이 내놓은 맑은 공기를 서로 바꾸어 놓는다. 그로 인해 뇌는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처럼 맑아진다.
흔들리는 몸뚱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팔은 좌우로 연신 흔들거린다. 눈은 주변을 살피고 귀는 쫑긋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들어서 뇌로 보낸다. 그제서야 우리는 현장의 분위기를 판단할 준비가 된 것이다.
동네 황금산 공원 철봉 앞에 섰다. 나는 지금 턱걸이를 한 개도 할 수 없다. 아니 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체력장 만점 받기 위해서 20개씩 했던 턱걸이를 지금은 한 개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20개를 할수 있도록 시작한다. 턱걸이를 한 개도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 방법이 유튜브에 많은 동영상으로 올려져 있다. 그 중에 몇 개를 다운 받아서 보고,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한다. 그렇게 오늘이 17일째다. 손을 안으로 잡고 겨우 턱걸이 한 개를 할 수 있다.
푸쉬업은 한번에 50개도 할 수 있는데 턱걸이가 하나도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고 작은 작은 노력을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의 노력이 쌓여서 나에게 특별히 턱걸이 20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시간이 부여해 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잘 알고 있다. 언제나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나이에 턱걸이를 20개 하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아내는 나에게 핀잔을 준다. 하지만 그런 작은 노력의 결과로 매일 매일의 작은 노력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작은 성공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지루하고 지난한 안전 관리 업무를 잘 해 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매 순간순간 힘들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회의가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힘들어지면 쉽게 포기 하고 싶고, 사무실에서 경영자와의 대립을 만나면 쉽게 주저앉아 버린다. 그래서 그 힘든 시간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쉬운 직장 편안한 근무 조건으로 이직을 한다. 거창한 직업의식이나 사명감 따위는 필요치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은 성공경험 그것이 전부다. 그 작은 경험 하나가 밀알이 되어 30년 40년 근무하는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2018.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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