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15
선물을 받아보았는가!
2015년 생일날, 큰아들이 선물한 책.
소설도 많이 읽어야 상상력도 좋아진다고 하던 차에 아들의 선물은 메모와 함께 내 가슴에 파동을 일으킨다.
"조금 늦은 선물이네요...ㅎㅎ
소소하지만 출퇴근 길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실 수 있도록 나름 고심해서 준비했습니다. 좋은 감상 되시길 바랄께요!
생신 축하드리고,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께요!
2015.1.20.화요일 아들
너무 멋진 선물이 아닌가. 지천명의 생일에~ 知天命의 나이에~
특별한 빛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 알아봐준다.
"그럴수야 있나. 괜찮아. 우리가 쉬면 손님들이 헛걸음을 하게 돼. 우리 생선을 기다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생선가게를 운영하겠다면 얘기가 달라져. 하지만 지금 너는 그게 아니야. 그런 자세로 가게 물려받아봤자 너, 생선장사 제대로 못해. 몇 년 쯤 해보다가 역시 음악을 할 걸 그랬다고 징징거리는 반편이가 되겠지." 아버지.
"그럴 일 없어" 가쓰로가 말했다.
"뭐, 훤히 보인다. 변볍히 장사도 못하면 그 때 가서는,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별 수 없이 가게를 물려받았느니, 집안을 위해 희생했다느니 이래저래 변명을 둘러대겠지. 책임은 하나도 지지않고 매사 남의 탓으로 돌릴거라고.
"아버지는 침대에 누운 채 진지한 눈빛으로 가쓰로를 쳐다보았다. "너한테 도와달라고 할 만큼 나나 우리 가게가 허약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말고 한 번 더 목숨걸고 해봐. 도쿄에 가서 열심히 싸워보라고. 그 결과, 싸움에 패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그걸 못해내고서는 집에 돌아오지 마라. 알았어?"
"나는 장사하는 사람이야. 장사라는 건 전쟁같은 거야......"노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좋은 일로 잠시 헤어져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싫어져서, 그만 지겨워져서, 라는 이유로 서로 뿔뿔이 헤어진다는 것은 가족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폴 레논님의 편지에는 '지금 부모님은 싫다.'라고 적혀 있어요. 나는 그렇게 '지금의 ' 라는 한 마디를 붙였다는 것에서 희망을 느꼈어요.
폴 레논님 앞에서는 별 말씀이 없었겠지만, 아버님은 엄청난 각오를 하셨을 것입니다. 그건 다름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일념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님을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폴 레논님이나 어머님이 할 일입니다.
가장 큰 불행은 야반도주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는 모든 게 끝입니다. 야반도주는 결코 올바른 선택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 올바를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붙인 변명 같은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멍하니 바라볼 뿐 네 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야. 돈 버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더 좋은거야. 이익이니, 손해니 그런건 다 빼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지하게 뭔가를 고민해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하다. 그들 앞에는 그래도 길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길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의 지도 앞에서 막막한 답답함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절망조차도 사치스러운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나미야 할아버지가 늙어 망령이 난 모리를 쥐어짜 보내주신 마지막 답장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인생의 잠언이 될 것 같다.
2015.2.14.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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