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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오사카 상인들, 홍하상, 효형출판, 2004

햇살처럼-이명우 2010. 1. 11. 17:44

103. 오사카 상인들, 홍하상, 효형출판, 2004

 

  일본의 상인 오사카 상인, 교토 상인, 사카이 상인, 하카다 상인, 이세 상인,  고후 상인 등을 꼽는다. 그 중 오사카 상인이 발군이다. 오사카에는 최소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점포나 기업이 500개가 넘는다.

  오사카 상인의 상징은 '노렌'이다. 노렌은 일본의 식당 같은 곳에 가면 볼 수 있는, 치렁치렁 늘어져 있는 무명천을 말한다. 자그마한 점포에 빛바랜 노렌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초밥집, 다시마 가게, 도시락 가게, 약국, 사진관, 시계점, 꼬치집, 악기점, 옷가게 등은 나름데로 분명한 철학과 상인정신을 가지고 수백년을 이어왔다.

 

돈 되는 아이템으로 승부한다.

시장바구니 대행업 - 대리쇼핑, 10% 저렴하게 .....배달

'행복'이라는 기차역 - 홋카이도,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본래 역이름 대신 '행복'역으로 바꾸고 기차표 회수안함

1인 마케팅 - 유명 여배우 '키구가와 레이' 는 에세이집을 발간하면서 자신의 응원 메세지가 들어있는 대학합격기원 부적을 부록으로 끼워주었다. 그녀가 일본의 최고 명문인 도쿄대학 출신인 것을 이용한 마케팅이었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야쿠자까지도 상인정신을 발휘한다. 일본의 노점상은 야쿠자들에게 매달 자릿세로 2만엔의 돈을 상남하고, 야쿠자들은 이들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장사가 안되는 노점상에겐 좀 더 장사가 잘되는 자리를 물색해주기도 한다. 야쿠자라고 우격다짐으로 돈만 뜯는 것이 아니라, 야쿠자도 수금을 하기 위해 상술을 발휘하는 사회가 일본사회인 것이다.

 

  인구 1,000만명인 오사카, 오사카를 중심으로  간사이(關西)지방의 경제력은 캐나다 전체의 경쟁력과 맞먹는다. 그 중에서도 '도톤보리'는 오사카의 현관이라는 '우메다'와 더불어 양대 번화가이다.

도톤보리의 3대 명물

달리는 육상선수 - 과자회사 글리코(Glico)

고깔모자 인형 - 구이다오레 식당

게다리 간판 - 가니도락 식당

 

 오사카 상인은 개업 당일에는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해서 일단 손님을 끈다. 개업기념으로 떡이나 한접시 돌리는 다른 상인들과 다르다. 비록 적자가 크게 나더라도 장차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게가 망하더라도, 폐업하는 날에도 뭔가를 공짜로 답례하면서 그 간의 성원에 보답한다. 이것이 오사카 상인이다.

 

  공고구미(金剛組) 건설, 창업 586년, 종업원 150명

1대 창업주 공고 시게미스(金剛重光)가 백제로 부터 건너와 일을 시작한 해가 586년(유중광, 본관 전주, 문화유씨, '공고'라는 성은 쇼토쿠태자가 하사한 성)

  당시 '소가' 집안과 '모노노베'집안은 일본 최대의 호족으로 불교도입과 배척을 놓고 대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48년 동안 전쟁을 벌이는데 이것이 불교전쟁(538~586)이다. 쇼토쿠태자는 '소가'집안의 편에서 싸웠는데,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어느날 쇼토쿠태자는 '모노노베'군사들에게 포위된다. 그 때 쇼토쿠태자는 부처님께 이번에 자신을 살려주면 큰 절을 짓겠노라 약속한다. 발원이 끝나자 놀랍게도 그가 의지하고 있던 고목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그를 끌어들였고, 곧 '소가'군대가 나타나서 모노노베를 화살로 쏴 죽인다.

  길고 긴 전쟁에서 승리하자 쇼토쿠태자는 부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가람건설에 착수한다. 그러나 당시 일본에는 절을 지을 수 있는 기술자가 없었다. 따라서 백제에 기술자 파견을  요청해 네명의 기술자와 인부들이 일본에 건너오게 된다.

  유중광은 586년부터 593년까지 오늘날 오사카 최대사찰인 시텐노오지(四天王寺)를 짓는데 앞장서고, 완공되자 다시 쇼토쿠태자는 유중광의 집안이 대대손손 시텐노오지를 보수 관리하라고 명해 오늘날 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고구미는 현재까지도 일본 제일의 사찰전문건축회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도 진도 8.0의 한신 대지진 때 고가도로가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와중에도 공고구미가 지은 아카시(明石)시에 있는 가이코인(戒光院)이라는 절의 대웅전은 서까래 일부만 비틀렸을 뿐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사장은  언제나 현장에 살아야 한다.

 

  일본기업은 한 가지 일에 목숨을 거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정신이 있다. 그것이 일본 중소기업의 최대 장점이다.

 

 

2006. 1. 28

 

 

*공고구미는 2006년 GWA에 인수합병되었다.

현재 일본의 최장수기업은 호시(法師)료칸이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고마즈(小松)시 아와즈온천에 있는 여관인 호시표칸이다. 718년 '호시'가문이 창업한 이래 46대에 걸쳐 1291년의 역사를 잇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100년 이상 장수하고 있는 기업이 단 2곳뿐. 두산(1896년 박승직상점 창업)과 동화약품(1897년 동화약방 창업)이다. 동화약품은 국내 최고(最古)의 제약회사이자 제조회사, 최초 상표등록(1937년 부채표 활명수 만주국 특허등록) 등 우리 기업사에서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회사와 112년째 역사를 같이하는 '활명수' 는 바이엘 '아스피린'보다 2년 더 역사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