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 도쿠가와 이에야스 14. 야마오카 소하치, 솔, 2000
반한다는 것은 이성을 초월케 했다. 이에야스가 여섯 살에 인질로 끌려갈 당시 요시치로 카즈마사는 열 살이었다. 그러므로 무려 38년 동안을, 오로지 이에야스만을 위해 살아왔다. 카즈마사 자신의 생활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즈마사는 언제나 그 헌신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하면 이 보다 더 이상한 일도 없을 터. 그러자 이에야스가 웃으면 기뻤고 탄식하면 슬펏으며 사나워지면 흥분하여 피가 끓었다. 지금도 카즈마사의 이러한 감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불도에서 말하는 '진眞'에 입각하여 천하의 평화를 위해 봉사한다......
모드에게 알려도 상관없을 각오와 생각과 대책의 세 박자가 잦추어져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카즈마사가 대답했다.
"아마도 이에야스는 칸파쿠 전하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운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에야스는 용맹한 무사는 많이 거느리고 있으나 불운하게도 천하를 내다보는 가신을 두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거취를 잘못 정하는 일이 많아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이 카즈마사는 일족의 수난을 각오하고 떠나왔습니다."
"예. 받아들일 것인지 죽임을 당할 것인지......그것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 다른 일은 생각지도 못한 소인배입니다."
이에야스가 보기에는 히데요시의 패권확립에는 노부나가나 미츠히데와 상통하는 위험함 요소가 있었다. 지나치게 자기 힘만 믿고 과시하여 천하를 장악하려 들면, 그 개인의 생활이 끝날 때는 언제나 난세로 역행 할 가능성이 있고, 그 때부터 끊임없이 반역과 모반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에야스는 개인의 위대함 위에 다시 한 줄기 이지理智의 선을 통해 다음의 안정세력을 육성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무사들이 일벌처럼 목숨을 걸고 권력을 다투다가 그것이 일단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그러나 실제로 이 평화의 꿀을 빨아먹는 자는 달리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소. 잔뜩 취하게 만들어 추태를 부리게 하자......술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중요한 임무를 띄고 온 사자가 하마마츠님과 대면도 하기 전에 만취하여 실수라도 하면 술은 좋아할지 몰라도 여러분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 아니,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좋지만 어른 여섯 명이 소란을 떨면 큰 폐가 될 것입니다. 이 정도로 하고 끝내도록 합시다. 여러분!"
문득 한 숨이 나온 것은 다시 셋째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무엇보다 외교에 능한 사람이 없었다. 이시카와 카즈마사는 이미 떠나버렸고, 혼다 마사노부는 아직 무게가 없다. 아베 마사카츠와 마키노 야스나리는 너무 젊고, 쿄토에서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오구리 다이로쿠와 차야 시로지로에게는 가문의 여론을 움직일만한 힘이 없었다.
"......방심하지 않는 마음을 기르라는 의미였음을 깨달았습니다."
히데요시의 이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행동은 그대로 이에야스의 가슴에도 전해졌다.
'이 상쾌한 기분은 대관절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시바타 가츠토요로 하여금 양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게하고, 마에다 토시이에와 삿사 나리마사를 아주 자연스럽게 심복하게 할 히데요시의 성격이 지닌 수수께끼......여기까지 생각한 이에야스는 다시 마음 속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지금은 자기도 히데요시와 같은 정도의 무심無心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 무심으로 닦인 거울만이 히데요시의 모습을 뚜렷이 비쳐 줄 것이었다.
이에야스는 새삼스럽게 히데요시를 바라보았다. 히데요시가 두려워했던 것은 이에야스 한 사람 뿐......이라니 얼마나 솔직한 고백인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란 서로 두려워하는 사람들끼리의 대립이고, 승리자란 대개 그 두려움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인내'도 하고 '협박'도 하며, '태연'을 가장하는가 하면 '거짓말'도 되풀이 한다.
히데요시는 이런 것을 모두 무시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두려움'을 말하고 거침없이 '협박'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인가......?
2010. 2. 17(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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