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오직 할 뿐(ONLY DOING IT) - 내가 만난 숭산 선사
무량, 무심스님, 물병자리, 2001
캄보디아 출신 마하 거사난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낫한, 한국의 숭산 스님을 서양에서는 세계 4대 생불로 부른다. 그런 숭산 스님께서 얼마 전 입적하셨다. 정작 내나라 국민에게는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스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간다.
스님의 가르침은 “오직, 모를 뿐” 그러므로 “오직, 할 뿐”으로 요약된다. 틱낫한 스님의 ‘mindfulness'와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고, 한국 선승의 수행이라는 실천이 다소 힘들게 느껴지지만 자랑스럽다.
스님은 1927년 8월 1일 평안북도 순천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일제 때 유년기를 보냈다. 속명 이덕인.
평안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며 독립운동에 가담, 공장의 정보를 빼내어 독립군 본부에 보냈다. 또 단파 라디오를 만들어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방송을 들으며 일본의 대중선동과 선전이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되었고, 이 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즉각, 처형될 뻔했지만 교장선생님과 부친의 도움으로 4개월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확실하게 독립운동을 하기위해 친구 몇 명과 만주로 넘어갔는데 그 때 만주에 살던 친구 형님은 한국에 돌아가서 학업부터 마치라고 조언했고,
결코 칼끝을 굽히지 마라.
결코 붓끝에 속지 마라.
결코 혀끝에 놀아나지 마라.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일제가 물러갔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내려와 월남하기로 마음먹고 1946년에 남으로 내려왔습니다.
남한에서의 생활도 좌익, 우익으로 나뉘어 싸우느라 대학교시절에 실망하였고, 스님은 동국대학교 인문과학을 전공했는데, 혼자 힘으로 자신의 바른 길과 자신의 참된 자아를 찾아야한다면 서양철학 전집을 짊어지고 마곡사라는 절로 들어갔습니다.
절에서 유학자 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에게서 대학, 중용, 논어, 주역을 배워나갔고, 3개월을 배워도 실제로 마음에 들어오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교를 배워보기로 하고 <금강경>을 읽기 시작했는데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만일 모든 모양이 있는 것이 모양이 아님을 알면, 그가 곧 부처이니라”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라는 대목에 이러러 마음이 확 열렸습니다.
출가 후 10일 만에 100일 기도에 돌입하는데 솔잎가루와 물에 불린 날콩만을 먹으며 하루에 20시간씩 ‘신구장묘 대 다라니(神妙章句 大 多羅尼)’를 염송했습니다.
드디어 고봉스님의 법사가 되어 78대 조사(祖師)가 되었으며 덕숭산인(德崇山人) 또는 ‘높은 산’이라는 뜻의 ‘숭산(崇山)’이라는 당호를 받았고 그 때 스님의 나이 22살이었습니다.
그 후 6년 간 (1952~1957) 육군 중위로 징집되어 군대생활을 하고 제대하여 다시 스님의 신분으로 돌아왔습니다. 제대 후 서울 화계사 주지로 조계종 총무로, 조개종의 재건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1966년에 처음으로 일본에 가서 동경에 한국사찰을 건립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재일 흥법원을 건립하는데 이것이 해외 포교의 시금석이 되어 1972년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캐나다, 폴란드, 브라질, 프랑스, 영국 등지에 선원을 열고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한다. 정작 내나라 사람이면서 우리에게 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진 것은 내가 관심 갖지 않은 탓이겠지.
“왜 내가 네 꽃이 피었는데, 네 나비 노릇을 못하겠느냐? 40년 동안이나 널 기다려왔다. 그토록 오래 기다렸는데, 이제 네가 여기에있구나“ 고봉스님과 숭산 스님의 법거량 중
‘채소가 썩으면 퇴비가 되고, 인간이 썩으면 중이 되고, 중이 썩으면 선승(禪僧)이 된다’
‘토니, 내일 자네가 죽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겠느냐?
‘오로지 정진하고, 정진하고, 정진하라.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의 논리지향적인 생각에 갇히면 안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를 뿐인 마음을 지니고 있을 뿐,
오직 할 뿐!(only doing it!)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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