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고미숙, 북드라망, 2023. 바야흐로 대 혼돈의 시대다. 2020년(경자년)에 도래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식의 구조 및 삶의 방식 전체를 다 전복해 버렸다. 지나온 길은 끊어졌고, 새로운 길은 운무 속에 가려진 형국이다. 특히 기후 재앙의 극복은 더 이상 유보하거나 지연할 수 없는건 인류적 미션이 되었다. 기후가 요동치면 정치경제, 나아가 사람들의 내면도 요동친다. 그래서인가, 다들 아프다. 몸도 마음도.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말은 이제 흔하디 흔한 상투어가 되었다. 그에 병행하여 치유를 위한 프로젝트도 넘쳐난다. 더 서글픈 건 그럴수록 상처 또한 깊고 다양해진다는 것. 왠지 '야른한 공모관계'가 느껴지지 않는가. 힐링은 상처를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진 상처들'..